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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쯔뜨끄 Sep 19. 2016

이리 더디 읽히는 책이라니,

검은꽃_쁘쯔뜨끄와 책 이야기


                                                                                                                      


검은꽃 (김영하, 문학동네)


책을 읽을 때, 굳이 작가의 이름을 연결시켜 읽지도 않는다.
유명한 한국,외국 작가들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런 내가 작가의 이름만으로
책도 찾아 읽고, 잡지 인터뷰, 에세이, 평론, 강연, 팬사인회 등등등 을
찾아다니며 마치 아이돌 팬질 하듯,
원피스 덕질 하듯 하는 유일한 소설가가 있다.

아는 이는 알겠지만, 소설가 김영하 선생님.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전에도 김영하 쌤 작품을 여러편 읽기는 했더라.
그러다 머릿속에 그 이름이 박히게 된 건
2012년도 이상 문학상 '옥수수와 나'를 읽고 나서부터 였고,
몇 번 마음끄는 작품들이 김영하 쌤 작품이란 걸 알고 나서부터는
특별히 전작주의는 없지만,
유일무이하게 김영하 쌤 작품은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다.
(아, 전작주의구나...!!)

책장 한 칸 가득 김영하 쌤 책으로 꽂아두고, 시간 날 때마다 꺼내서 후다닥 읽는다.
몇 번씩이나 읽어도 읽을 때마다 재밌다.
그런데, 이 책. 이 '검은꽃'만은 두 번 읽고 싶지도 않고, 또 쉽게 후다닥 읽히지도 않았다.

김영하 쌤 특유의 유머와 센스가 다른 책에 비해 넘치지는 않지만,
간간히 찾아 볼 수는 있고,
어느 책보다 그 많은 캐릭터들도 현실감있게 또 입체감 있게 잘 만들어졌는데,
읽는데 사흘이나 걸렸다.

김영하 쌤 책은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
시간을 내서라도, 없는 시간 쪼개서라도 읽고,
다 읽어버리면 너무 헛헛하고 아쉬워 꼭 마지막 두 장은 읽지 않고 여운을 남겨두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은,
너무 감정이입해서 읽은 탓일까, 어찌 그리 더디 읽히던지......
하루는 멕시코에 도착한 첫 날의 이야기를 읽다가 잠들어서는
꿈에서 농장주에게 쫓기는 꿈을 꾼적도 있다.
이야기가 너무 생생하기도 하고,
원래 내가 딱 그 시기 대한 제국의 조선인들에 대한 연민이 큰 탓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 두 장을 남겨 여운을 다음으로 미루지 않고 다 읽었다.
박수무당의 주머니에서 나온 그 비루하기 짝이 없는 종이쪼가리같이,
내 마음이 펄럭펄럭, 꾸깃꾸깃, 노랗게 바래진 기분이 드는 책이다.

김영하 쌤의 출간된 책은 몽땅 다 읽고도
이제야 검은꽃을 읽은 건 어쩌면, 여러 강연회를 쫓아다니면서
귓동냥으로 주어들은 검은꽃 이야기가 왠지 나를 좀 불편하게 할 것같다. 라고
무의식으로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검은꽃을 다 읽고, 바로 이상문학상 '옥수수와 나'를 읽었다.
마음의 평화와 정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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