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의 들끓음 후

by 이파리

새 대통령의 두 번째 출근 날이다. 첫날의 감회는 어땠을까?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는 부담이 컸을까, 활력이 넘쳤을까? 아침부터 소파에 누워 대통령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니, 대단한 K-오지랖이다. '어제 취임사에서~ 통합과 성장을 이야기하던데~ 어떻게 하시려 나아~'. 아줌마 특유의 말 노래를 흥얼대며 대선 관련 뉴스를 훑어봤다. 13대 대선부터 모든 결과를 맞췄던 6개 지역이 이번 선거에서는 4개로 줄었단다. 모두 충북 지역으로 전국 득표율과 이 지역 득표율이 적은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그중 눈에 띄는 이름. 청주시 흥덕구. 미취학 아동기부터 초등학교 3학년 1학기까지 살았던 지역이다. 신나게 놀던 기억만 있어서인지 태어난 곳도 더 오래 산 곳도 서울이지만 고향처럼 느껴져 괜히 흐뭇하다. 온 나라의 어수선한 표심을 그대로 반영하지만 내 기억 속 청주는 수선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뿐만 아니라 한없이 평온하고 차분하다.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 정치에도 나라의 미래에 대해서도 침착하게 낙관할 수 있는 걸까.


인터넷에서 얼굴도 모르는 후배님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와 칭찬도 들었다, 아니 들은 셈이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어 많이 기뻤는지 공개적으로 이렇게 썼다. '4050 세대가 압도적 지지를 보내 새 대통령을 탄생시켰다'라며, 치열하게 살아왔으나 챙김 받지 못하는 세대, 이 세대의 판단력을 '존중하고 존경한다'라고. '어 그랬지 맞지, 언니 오빠들이랑 나랑 내 친구들은 이렇게 살았었지.'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묘사하는 그녀의 표현을 킬킬대고 읽었다.


누군가에게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사이에서 가랑이 찢어지게 사는 듯 보일 수도 있지만, 시대가 던져주는 수고로움을 짊어지지 않는 세대가 어디 있나 싶다. 사실 우리는 혜택도 많이 누렸다고 생각한다. 양쪽 세계를 다 경험하면서 얻은 건 혼돈만은 아니다. 변화의 중심에서 그리고 두 시대의 경계에서 성장했다는 점은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특권이라면 특권이다. 지금의 2030 세대가 마주한 사회가 너무 팍팍해 안쓰럽고 미안하다. 그녀의 글에 달린 4050의 댓글을 읽으니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충청도 개그 하나를 가져와 보자면,


신호가 바뀌었는데 직진할지 꺾을지 몰라 우왕좌왕 출발을 못 하고 있었더니, 뒤에서 경찰이 다가와 “맘에 드는 색깔이 없는겨?” 했다는.


나는 타박하지 않고 에둘러 표현하는 이 부드러운 충청도식 화법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사회 통합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인터넷의 후배님과 같이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나 집단의 고생과 노고를 알아주는 시선이 더 많아진다면 어떨까? 힘들고 곤란한 내 처지만 생각하지 않고, 나와 다른 입장의 상대를 몰아세우지 않고, 여지를 남기며 신중하게 다가가는 충청의 경찰관 같은 마인드라면? 정치는 하나도 모르지만 이해하고 포용하며 같이 사는 일에 대해 고민한다. 지난 6개월의 들끓음이 사람들을 많이 지치게 했다. 누구에게 투표했건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태도와 충청의 바이브를 체화해 이제는 더 유연한 공동체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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