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 101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서평

by 이파리

이 책을 어떻게 자랑하면 좋을까.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은데.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그 자리에서 다 읽고, 반납하면 아쉬울 것 같아 소장용으로 구매했다.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명함은 없지만 평생 쉬어본 적 없는 N잡러들의 이야기. 어찌 보면 흔하고 익숙한 소재 같지만, 지금까지는 지구 바깥에서 봤던 거라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이야기가 새롭다.


표지가 열일했다. 왁자지껄한 소음이 음성지원 되는 시장통에서 빨간 꽃무늬 앞치마를 질끈 뒤로 묶는 팔뚝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나쁜 일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도망가지 않았다”는 6070 큰 언니들의 인터뷰를 엮었다. 슬프고 아프고 화나는 이야기 아닐까 했는데, 아니다. 삶을 치열하게 관통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남다른 배포와 여유가 멋스럽다. 웃기고 멋지고 존경스럽고 감사해 웃다 울다 눈물 콧물 줄줄 흐르고 난리가 났다.


노인 아닌 삶의 주체이자 그보다 더 큰 무엇. 사회적으로 없어선 안 될 존재였으나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 노동과 고된 삶에 대한 한(恨) 아닌 자긍심. 이제라도 자신이 살아온 삶을 알게 해 줘 고맙다며 오히려 기획팀에 감사 인사를 건네는 바다 같은 마음. 오래도록 사회 곳곳에서 필수노동을 떠받쳐 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


짱짱한 언니들에 비하면 여러모로 아직 미취학 아동인지라 엉성한 글솜씨가 감상을 영 못 쫓아간다. 아무래도 책에 대한 기깔난 감상문은 못 쓰겠다. 대신, 야무진 기획자들이 찰떡같이 고른 말로 대신해야겠다. 처음에는 ‘잘 뽑은’ 마케팅 문구로 읽혔지만, 다 읽고 나서는 속으로 되뇔 때마다 울컥하게 만드는 매우 적확한 표현이다.


‘잘 봐, 언니들 인생이다.’


진짜 멋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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