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가 되는 법> 서평
며칠 전에 브런치에 발행한 서평을 다시 읽어봤다. 문득, ‘제목을 잘못 붙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읽었던 김미옥 작가의 서평집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에는 저자의 독서량과 그 범위가 방대하고 넓은 게 느껴지는 글이 가득했다. 그런 깊이 있는 글이 서평이라면 내가 쓴 글은 서평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다.
100일 글쓰기 강사님은 서평과 감상문을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말 안 듣는 학생은 뒤늦게 둘의 차이를 검색해 보았다. 서평은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글로 정보 제공, 평가와 분석이 담겨 있고, 감상문은 정서적이고 주관적인 글로 책을 읽은 후 자유롭게 독백하듯 쓰는 글이라고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내 글은 서평이라기엔 부족해 보였다. 제목을 고칠까 하다 그냥 뒀다. 어차피 김미옥 작가처럼은 못 쓸 테니 ‘그냥 앞으로 선생님께 제출하던 독후감이라고 생각하고 속 편하게 쓰자’ 하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러다 경주 여행 중에 데려 온 <서평가 되는 법>을 꺼내 읽어보았다. 유유출판사 신간이길래 저자나 내용은 살펴보지도 않고 구매한 책이다. 저자는 김성신. 나는 처음 보는 이름이었는데 글도 쓰고 방송이나 강연도 하는, 업계에서는 유명한 베테랑인 것 같았다. 들어가는 말에서 냅다 요점부터 말해줘서 마음에 들었다. 서평은 책을 읽었다면 누구나 쓸 수 있고, 형식이나 자격 걱정은 하지 말란다. 그냥 쓰고 우기면 된다고, 누구나 서평가가 될 수 있다고. 오예. 근데 이러고는 뒤에 가서 서평가가 되려면 이렇게 써야 하고 저런 건 기본이고 하면서 잔소리를 늘어놓는 건 아닐까. 의구심을 다 거두지는 않고 계속 읽어 나갔다.
“서평의 본질은 사랑과 공공성이다.”
공공성은, 음…. 조금 모자랄지 모르지만, 책에 대한 애정으로 부족한 자리를 메꾸고 우겨야겠다. 뭐 누가 따져 묻지도 않겠지만.
“좋은 글은 좋은 '표현'이라기보다는 좋은 '생각'이다.”
책에 대한 애정은 적지 않고 표현에 대한 부담을 덜어서 좋았지만, 공공성과 좋은 생각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겠구나 하고 머리 속에 밑줄을 그었다.
이어지는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오래 몸담아온 분야의 전문가답게 서평의 기능과 역할, 급변하는 사회에서 서평의 의미에 대해 자세하고도 다정하게 설명한다. 본문은 저자가 발굴 및 기획한, 소개 문구만 봐도 흥미를 확 잡아끄는 각양각색의, 7명의 서평가와 비평연대라는 젊은 비평가 육성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다 읽고 나서, 내 비록 지식이나 식견은 부족하지만서도 애정으로 밀고 나가보자고, 공공성은 더 고민해 봐야겠지만, 무엇보다 쫄지 말고 써나가 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재밌게 읽은 책을 팔고(알리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좋아서 하는 독서와 독후감 쓰는 일이 '일'이 되어 부담이 커지는 건 바라지 않는다. 서평이면 어떻고 감상문이면 어떠랴.
운전을 좋아하는데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는, 그래서 택시 일이 너무 잘 맞는 운전기사님처럼. 읽기를 좋아하고 읽은 것에 대해 쓰기도 좋아하는, 커미션은 없지만 신나서 책을 파는, 무허가 책장수랄까. 책을 읽으며 혹은 읽고 난 뒤에 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글로 남기는 건 아직은 아무래도 나를 위한 일에 더 가깝다. 다만,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작디작은 날갯짓이겠지만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은 새겨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