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 & now
아침 공원에는 선생님이랑 온 유치원생들이랑 엄마 따라 나온 유아들이 많다. 엄마 무릎 높이까지 자란 녀석이 일순간 다다다다 앞으로 돌진한다. 엄마 다리는 녀석의 전신 길이보다 훨씬 길지만 따라잡는 게 버거워 보인다. 맹렬하다. 녀석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저렇게 자그마한 것이 어찌 저리 빠르지?‘
속도의 비결은 맹렬함에 있다. 작은 연못 위에 설치된 나무로 만든 구름다리 위에 오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눈에서 뿜어져 나온다. 이 순간만큼은 ‘나‘도 없고 짧은 사지도 없고 작은 몸도 없다. 오직 저 위에 오르리라는 일념과 그곳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움직임만이 있을 뿐이다. 엉성하게 쫓아가던 엄마의 속도가 급격히 치솟은 건 위험이 감지된 순간이다.
기세만 보자면 올림픽 결승전이라든지 몇 년을 쫓아온 범인을 눈앞에 둔 형사 못지않지만, 현실은 상·하의가 세트인 내복 바람이다. 아기자기한 패턴이 빵빵한 배랑 짧은 팔다리를 쫀쫀하게 감싸고 있다. 돌진하는 아이보리 내복 용사와 뒤를 쫓다 빛의 속도로 변속하는 엄마. 다리에 오르기 직전에 붙잡혀 손에 손잡고 엄마가 모는 데로 (안전한 길로) 가야 하는 신세가 되긴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용사였다. 아줌마가 봤다, 용사여.
"오오! 무꼬기(물고기) 무꼬기(물고기)!"
실망하거나 분노하지도 않고 금세 연못 속 물고기에 온통 정신을 빼앗겼다.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했음에도 좌절하지도 개의치도 않고 현재로 곧장 돌아오는 모습에 기립해서 박수 칠 뻔했다. 초록초록한 공원에 앉아서도 딴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아이와 엄마의 '일념의 추격씬' 덕분에 아침 공원으로 돌아왔다. '아줌마도 자꾸 과거로 미래로 나다니는 마음을 지금 여기로 데려오는 연습을 더 많이 해야겠지? 반가웠어, 꼬마 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