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글쓰기, 저작권> 서평

모두들 읽으셔라~ 어서들 읽으셔라~

by 이파리

정지우 작가 신작이 나왔길래 클릭해 봤다. 그의 담담하고 반듯한 글을 좋아한다. 제목도 표지 디자인도 차암 정직하게도(재미없게도) 생겼다. 그럼에도 책을 구매한 이유는 AI 시대의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궁금했고, 저작권법에 대해 뭔가 중대한 걸 모르고 있다가 실수하면 안 되니까 한번 공부해보자 싶어서였다. (이 책에서는 논외의 주제여서 작가의 다른 책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 법>을 읽을 책 목록에 추가했다.)

AI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동시에 혼란을 초래하는 주제이지만, 나의 깊은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 흔한 지브리 이미지도 만들어보지 않았다. 과거 산업 혁명 때도 잃은 것만 있지도 않고 나쁘게만 변한 것도 아니고, 또 좋기만 하고 발전만 있었다고도 할 수 없지 않으냐는, 다소 헐렁한 태도로 일관했다. 뭘 몰라 그런 거겠지만... 장비빨의 아이콘이자 도구 예찬자인 신랑으로부터 야만인을 보는 듯한 멸시 어린 시선을 받으면서도 딱히 두려워하지도, 활용하지도 않고 살고 있다.

아, 그러고 보니 한번 썼던 게 생각났다. 작년에 진단명을 줄줄이 들은 뒤에, 건강식으로 알려진 음식들을 포함해 까다로운 제한식을 해야 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주의해야 할 음식과 약 성분 정보 등을 신랑이 AI를 활용해 정리했었다. 병원에서도 가이드를 주지만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고 주체적으로 찾아보고 챙겨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의학 정보란 게 같은 것도 어디서는 좋다고 하고 다른데서는 나쁘다고 하다 보니 AI도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많은 정보를 모아 편집하고 비교와 분석을 해가고 우리 나름으로 정리하고 선별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 그때 말고는 쓴 기억이 거의 없다.

책은 정직하게도 제목이 목차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1부가 가장 뜨끈하고 재밌었다. AI 시대의 인간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부분인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유일무이한 나로서 살아낸 삶,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새겨지는 마음으로서의 삶, 그 삶을 함께 나누는 진짜 삶이 AI 시대에는 더없이 중요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요새 산책하거나 일기를 쓰다가 이런저런 갈망과 혐오 사이를 오가며 골머리를 앓다가 문득 ‘좌우당간 살아가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 뭣이 중헌디’ 하고 정신을 퍼뜩 차릴 때가 많다. 이 말을 책에서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논리적이고 유려하게 잘 풀어서 설명해 준다. 1부의 결론은 "깨어있기-성찰하는 능력"으로 마무리된다. 젊은 세대는 이미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 든든하다. 이들의 키워드가 명상과 알아차림, 디지털 디톡스, 그리고 소확행을 넘어 이제는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로 달라지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2부는 글쓰기 활용법 기초와 심화 과정 같다. 'AI 맹'으로서 AI를 어떻게 쓰는 게 잘 쓰는 건지 배웠다. '오 이렇게, 아 이런 식으로~' 하며 읽었다. 지금은 정보 검색이나 확인이 필요한 글보다는 내 마음 하나 가지고 글을 쓰고 있어서 (그리고 마음 하나 가지고 쓰는 것도 버거워서) 바로 써먹을 일은 없겠지만, 언젠가 비서처럼 옆에 끼고 같이 글쓰기를 해보고 싶을 만큼 유용한 내용이 많았다. 숙제를 받은 것 같은 기분도 동시에 느꼈다.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는 것, 진짜 안목을 키우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고 하니 말이다. “글과 사람의 일치”라는 커다란 과제 앞에서 왠지 가슴이 철렁했는데 ‘진정성을 잃지 말고 삶에서 중요한 것들에 몰두하라’고 도닥여준다.


3부는 '네 그렇군요, 변호사님. 정말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어요.' 하는 정도로 차분히 읽고 넘어갔다. 독자의 관심사와 성향에 따라 각 챕터에 대한 감흥은 많이 다를 수 있겠다. 다만, 법조계 종사자들은 급변하는 바깥세상을, 바깥의 우리들은 법 테두리 안으로 시선을 확장하고 교차하는 일이 앞으로는 먹고사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 될 거라는 건 잊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시대의, 어느 글이 그렇지 않았겠냐마는 AI 시대에는 나만의 관점과 진정성이랄까, 신뢰와 연대 사랑 그런 가치들이 더 중요해질 거라는 저자의 말이 깊이 와닿는다. 국영수만 중요한 줄 알았는데 도덕 시간에 배운 가치들이 최첨단의 AI시대를 살아낼 궁극의 전략이자 실용적 방편일 줄이야. "소비와 알고리즘의 현혹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 이 순간으로 돌아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게 긴요한 문제가 되었다.


글 쓰는 이를 포함한 여러 분야의 창작자에게나, 창작을 주업으로 삼고 있지 않아도 AI로 일자리를 잃을까 미래가 불안한 이들 모두에게 두루 도움이 될 만하다. 읽고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 이해가 더 풍성해질 책이다. 작고 얇아서 가볍게 가지고 다니며 조금씩 읽기에도 부담 없고 좋다. 열 손가락을 있는 대로 쫙 펴서 박수를 짝짝짝 쳐주고 싶다. 읽고 나니 'AI 게 섰거라' 까지는 아니어도 AI 시대를 사는/살아갈 나와 동지들 그리고 나의 글쓰기를 떠올릴 때 조금 마음이 든든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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