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거 천지

크리스천 쿠퍼, <블랙버드의 노래>, 김숲 옮김, 동녘

by 이파리

나는 탐조인이 아니다. 탐조라는 단어도 2~3년 전에 처음 접했고, 새 관찰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가끔 모르는 분야에 대해 궁금해질 때가 있는데 탐조라는 영역에 호기심이 발동해 골라든 책이었다. 다섯 음절 넘어가는 이상한 전문용어였다면 매력이 덜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름이 간결하고 담백해서 마음에 들었다. Birding. 사람들은 새를 왜 보는 걸까?

작가는 철새가 이동하는 시기에는 새벽 4시에 알람도 없이 벌떡 일어나 출근 전에 새를 보러 뛰어나가는 사람이다. 오로지 새를 보러 멀리 여행도 떠나는, 10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진지한 탐조인이다.

큰뿔솔딱새는 브릿!브릿!브릿!.

검은목푸른솔새는 목이 쉰 듯 삐걱거리는 소리로 (자기 이름 이니셜대로) 비-티-비!

황금솔새는 스윗, 스윗, 스윗, 리틀 빗 스윗.

와블링비레오는 아임 싱잉, 아임 싱잉, 아임 싱잉, 댓츠 잇!


그의 귀에는 이렇게 들린다는데... 비탐조인인 나는 “아니 이게 뭐냐고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탐조인들은 진지하게 끄덕이고 있을까? 그러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처음 듣는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탐조는, 당연하지만, 귀로 하는 것이기도 했고 눈으로도 하는 것이었다. 작가는 모드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매일 아침 새를 보는 방법을 다시 배웠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시선이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작은 움직임에 적절히 대응하는 시선을 익혀야 했다.”


내가 산책하다 새소리를 듣고 주변을 둘러봐도 쉽사리 새를 발견하지 못했던 이유를 알겠다. 잠깐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무심히 날아가 버리고 나뭇잎 사이에 숨어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검게 빛나는 작은 새들을 보기 위해서는 휙 둘러보는 엉성한 시선 가지고는 안 되는 거였다. 작은 소리에 주파수를 맞추고 참을성 있게 지켜봐야 했다. 눈과 귀를 벼리고 느긋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기다려야 했다. 소리를 쫓아 새를 눈에 담는 순간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그가 묘사하는 검고 영롱한 빛깔의 새들은 글에서도 아름다웠다.

탐조의 다른 매력은 자연을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4월 중순부터 푸른머리비레오, 5월 중순부터는 붉은눈비레오, 뒤이어 5월 말에서 6월 초에는 아카디아딱새가 순서대로 나타난다고 한다. 철새의 이동 순서는 일정하고 약속을 어기는 무리는 없다고 한다. 또한, “황금솔새는 버드나무에 둥지를 트는 것을 좋아하고 여기여새는 미국 향나무에 열리는 열매를 좋아한다.” 특정 새가 좋아하는 나무가 따로 있다니. 처음 알게 된 정보가 많아 자주 놀랐다. 그중에서 ‘자연스러운’ 자연의 흐름에 매번 놀라는, 자연과 동떨어져 사는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무감각이 가장 놀라웠달까. ‘놓치고 사는 게 한둘이 아니구먼.’

탐조는 새뿐 아니라 나무를 비롯한 다른 생명체를 가까이에서 접하며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배우는, 경이로움을 체험하는 영적 시간이기도 한 것 같다. 어떤 종교에서도 위안을 얻지 못했던 작가에게 탐조는 정신의 안식처였다. 그는 마블 코믹스에서 작가이자 편집자로 일했고, 하버드 졸업생이기도 하다. 그리고 퀴어이자 흑인이다. (탐조가 주로 백인의 취미여서 그는 탐조인들 사이에서도 소수자였지만 환영받았다고 한다.) 마음이 복잡하고 불안했을 10대 소년이 일찍이 탐조를 만난 게 정말 다행스러웠다.

센트럴 파크에서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에게 개 목줄을 착용해 달라고 요청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흑인 남자가 위협한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하겠다며 여자가 남자를 협박하는 어처구니없는, 그러나 미국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슬픈 영상이다. 이 영상을 촬영한 사람이 이 책의 저자다. 탐조 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는 사건도 영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두 영상이 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캠페인에 거세게 불을 붙였다.

책 뒷부분에 흑인 탐조인들과 함께 남부로 탐조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나온다. 흑인 탐조인을 비롯해 야외 활동을 즐기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괴롭힘이나 신체적 위협 등의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내) 지역에는 가지 않으며,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지역을 표시한 그린북을 구비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 <그린북>의 배경은 1960년대였는데 역사 속 책이 아니었다.

흑인 퀴어이고 창작자이면서 탐조인으로서의 개인적 인생 여정 뿐만 아니라 소수자의 역사를 함께 엮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어디에서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고, 경찰은 내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존재라니. 지금도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이다. 내가 그저 나인 일이 나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이유가 되는 삶. 그들의 내적 긴장의 정도를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나는 탐조에만 무지한 게 아니었다.

옮긴이의 말처럼, “새의 특성을 찬찬히 살피며 그 진가를 살피듯”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 한 사람의 삶이 담겨있다. 마블 히어로물(역시 내가 전혀 모르는 영역), 신화와 세계 여행(히말라야 트레킹과 호주 아프리카로의 여정이 등장한다), 소수자의 투쟁사와 뉴스 특보가 합쳐진 떠들썩한 스토리가 가득하지만 글은 조용하고 우아하다. 영어 제목처럼, 자연을 사랑하는 소년은 탐조를 통해 건강하고 성숙하게 자라서이다. Better Living Through Birding.


나도 사부작사부작 탐조를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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