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써라운드

김은지 시집, <여름 외투>, 문학동네

by 이파리


앨범



시골 개 짖는 소리에

창밖을 내다보니

농장 지붕 위에 고양이


열일곱 살이라는 그 고양이가 맞나 하다 고개를 들자

끝자락

달빛에 젖어

지나가는

솜구름


책은 읽히지 않고

풀벌레 소리 들리네





외갓집에 배 깔고 누워 있는 아홉 살 손녀, 방학 숙제 독후감 쓰려면 다 읽어야 하는데. 괜시리 서러운 외지생활 엄마 집밥으로 에너지 비축하러 내려온 스물일곱 취준생, 뒹굴다 집어든 SF소설 이제 막 시작했는데.

아니면 앨범에서 어릴 때 사진 발견한 마흔다섯 여자사람, 그 여름밤 들었던 풀벌레 소리를 13층 서울 아파트에서 써라운드로 다시 듣는 중. 독서모임 가기 전에 끝내야 하는데. 독서는 방해꾼이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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