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만 볼 수 있는 밤

by 이파리


평일 오후 2시, 책을 들고 집을 나섰다. 해가 환하고 바람이 솔솔 부는, 초가을다운 따뜻하고 여유로운 날씨다. 한가한 공원을 지나 더 조용한 텃밭으로 갔다. 텃밭 한켠에 쪼르르 선 나무들 덕에 그늘이 드리워진 나무 벤치에 앉았다. 드물게 오가는 사람들도 말없이 흙 밟는 소리만 내고, 조금 멀리서 간간이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리뿐. 풀벌레 소리 새소리만 울리는 고요한 초록 도서관이다. 어쩌면 기침 소리 의자 끄는 소리가 울려대는 진짜 도서관보다도 더 조용했던 것 같다.


책을 읽다 가끔 고개를 들어 텃밭의 고요함을 보고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리다 문득 전화기를 봤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핸드폰 까만 화면에 등 뒤 나무 그림자가 비쳤다. 나뭇잎 사이사이 작은 틈들이 꼭 별이 쏟아지던 몽골의 밤하늘 같아 깜짝 놀랐다. 깜깜하고 광활한 우주 공간을 반짝임으로 가득 채운 티끌 같던 별들이 테이블에 난 작은 창안에 들어 있었다. 한참을 내려다봤다.


'후훗, 우주를 내려다보게 될 줄이야.'


'이건 낮에만 볼 수 있는 밤이네.'


바람이 이파리를 흔들거나 보는 각도를 조금 달리하면 나무의 움직임과 하늘색 초록색이 약간 더 보이면서 그냥 나무 그림자 그대로 보였지만, 바람이 멎은 순간만큼은 그 밤 그 별 그 하늘이었다. 궁금해하며 책이랑 우주를 챙겨 공원을 나왔다. '시인이었다면 한낮에 밤하늘을 내려다본 일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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