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진 자리에

문태준, <풀의 탄생>, 문학동네

by 이파리



생가(生家)에서



마당에는 풀이 거칠고 빼곡해서 발이 들어설 데가 없다

지붕 위에도 풀이 올랐다

외벽이 벌어졌고 구멍이 뚫렸다

방바닥은 무덤 속 골반뼈처럼 남았다

풀씨는 또 날아들고 떨어져

새로운 이름의 풀이 탄생한다


*


누군가가 태어난 집은 이제 뼈랑 터만 남았다. 쓸쓸한 빈집을 떠올리는 나에게 너들만 생명이 아니라는 풀.

스러진 자리에 들어서는 생명. 소멸과 탄생의 바통터치로 늘 생생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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