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복의 감각

사바아사나

by 이파리



어제 요가원에서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을 봤다. 꿈이 아니었다. 요가를 마치고 사바아사나 자세*로 누워 있었고, 눈을 감고 있었지만 깨어있는 상태였다.


누워서 위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 속에 나이 든 남편의 슬픈 얼굴이 보였다. 나도 남편도 지금이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할 말이 있음을 손짓으로 표시했다. 남편이 몸을 숙여 내 얼굴 가까이에 귀를 갖다 댔다. 들릴 듯 말 듯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했다.


“정말 정말, 아주 많이 좋아해.”


우리는 ‘사랑해’보다 ‘좋아해’’로 사랑을 표현해 왔다. 평생.


그 말을 들은 남편은 눈물이 터졌고, 슬퍼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깊은 슬픔이 온몸으로 번지는 듯했다. 이제 고통이 밀려오는 걸까 겁이 나던 찰나에 거대한 행복이 환한 빛의 형태로 온몸에 퍼졌다.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살아있는 동안 경험해 본 적 없는 더없는 행복감 속에서 눈을 감았다. 카메라 조리개가 닫히듯 눈이 감기며 검게 끝났다.


평소 죽음에 대해서는 사무치게 슬프거나 공포스럽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예상과 달랐다. 평온하고 따뜻한 지복의 감각이었다. 그 감각 그대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두 손을 가슴 앞에 합장하고 '나마스떼' 고개 숙여 인사하고 눈을 떴다. 몸과 마음이 가벼웠다.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깨어 있었다. 집에 와서 일기장에 간단히 기록하고 남편에게도 얘기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눈물이 나지 않은 게 신기하다.


바라는 생의 마지막 모습을 그려본 걸까, 아니면 미래를 미리 본 걸까?


둘은 다를까?


환시라거나 신비체험이라기보다는 늘 이런저런 이야기를 지어내고 연결하는 게 일인 나의 뇌가 이완된 상태에서 엮어본 스토리 보드 중 하나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의미가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그런 경험.

의미가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인생 같은.





*요가 수련 마지막에 바닥에 누워 몸과 마음을 완전히 이완하는 자세. 사바는 산스크리트어로 '시체'라는 뜻. '송장자세'로도 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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