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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e May 31. 2024

하늘 옆차기와 에버랜드

아이의 고집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

개학 전 삼일절 연휴. 방학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고 싶어 인천을 벗어나 좀 먼 도시로의 여행 계획을 세웠다. 명소와 놀 거리, 맛집과 카페를 알아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여행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딸의 청천벽력 같은 소리.


"나 내일 하늘 옆차기 시험 꼭 봐야 해. 합기도 학원 절대 안 빠질 거야."

  

다음 달에 시험 또 있지 않냐, 겨울방학의 마지막 나들이다, 오빠도 학원 빠지니까 가자. 여러 이유를 대며 설득했으나 "싫어"라는 말만 반복하며 딸은 막무가내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찾아 놓은 여행 정보가 아까워 나 또한 물러서지 않아 모녀 싸움은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결국 딸은 흐느끼다 잠이 들었고, 나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아이고 걔 왜 그런다니, 다음 달에 해도 될 텐데. 근데 9살한테 이겨서 뭐 할래? 네가 져줘. 너도 7살 때 엄마가 업어줄 때까지 30분이 넘도록 꼼짝 안 하고 서 있었어. 어릴 때 고집 많이 부려서 그런지 커서는 덜 부리더라."


듣고 보니 엄마 말이 맞다. 9살한테 이긴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가는 나들이가 과연 즐거울까? 지친 몸과 마음을 눕히고 얄미운 하늘 옆차기를 검색해 보았다. 한 다리는 땅에 지지하고 다른 다리는 발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들어 올려 힘차게 차 준다. 두 다리의 각도는 무려 180도. 순간적인 강한 힘으로 빠르게 하늘에 꽂는 듯 올려 찬다고 해서 하늘 옆차기라 불린다고. 고관절의 유연성과 근력을 요구하는 고난도 옆차기다. 연습 영상을 보니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빨리 인정받고 싶은 딸의 마음이 조금 이해되었다.

자는 둥 마는 둥 뒤척이다 결국 새벽에 잠이 깼고, 고민하다 나들이 장소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많이 멀지 않고 신나게 놀 수 있는 장소를 물색했다. 에버랜드로 목적지를 변경하기로 남편과 결정하고 아침에 이 소식을 아이들에게 알렸다. 합기도 학원 안 빠진다는 말에 그제야 뾰로통한 표정을 푸는 딸. 그녀의 하늘 옆차기 시험을 무사히 마친 후 늦은 오후 에버랜드로 향할 수 있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엄마와의 대화를 곱씹어 보았다. 고집을 부리는 것과 자기 주관이 뚜렷한 것은 같은 의미일까?,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고집이 약해질까?

어린아이들은 아직 미숙하고 자기중심적이라 생떼를 자주 부린다. 점차 자라고 학교에 다니면서 생떼와 무리한 고집이 누그러지고 강도도 약해진다. 사춘기에는 공부와 친구 문제를 겪으며 내 고집만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고집의 강도를 세게 해야 할 때와 약하게 할 때를 눈치와 경험으로 알아차린다.

그렇게 우리는 고집의 세기를 조절하는 법을 터득하며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닐까. 중요한 것은 아이의 고집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가 아닐는지. 고집을 부릴 때 무작정 못하게 하거나 꺾으려고 하기보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묻고 부모의 생각을 전하고 상황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모의 태도를 보며 아이는 고집과 주관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갈 것이다. 이유나 근거 없이 하고 싶은 것만 밀어붙이는 것은 고집이며 이유를 설명할 줄 아는 것은 주관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인내심을 가지고 조곤조곤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아이는 고집의 세기를 조절하는 방법을 알아갈 테다. 고집만 부리는 아이가 아니라 고집도 있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어린 시절 고집불통이었으나 자라면서 고집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내 여행 계획을 고집하기보다 딸의 하늘 옆차기를 향한 집념을 인정해 준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환상의 나라에 푹 빠진 그녀의 말에 나는 어느새 미소를 띠고 있었다.

     

"엄마, 에버랜드 너무 예쁘고 신나는 곳이야. 하늘 옆차기 생각이 전혀 안 나. 다음에는 엄마 말 들어볼게"

    

그녀가 고집의 세기를 조절할 마음을 먹었으니 다음 여행은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 내가 가보고 싶었던 도시 포항을 즐겁게 방문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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