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hye Jun 28. 2024

오답도 괜찮아!

수학 숙제하는 아들의 한숨 소리가 방문을 뚫고 내 귀에까지 들린다. 저녁 식사 준비를 잠시 멈추고 가보니 10분째 한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음을 가다듬고, 이거밖에 못 했냐는 날카로운 말을 꿀꺽 삼켰다.

아들은 학교 숙제든 학원 숙제든 틀려서 가는 걸 싫어하고 빈칸으로 두는 것도 꺼린다.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고, 완벽하고 싶은 마음이 이해되기도 하지만 답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틀린 답도 써보고, 배우고 익히면서 성장하면 되는데 말이다.
11살 아들에게 지금은 학습의 뛰어난 성취보다 공부 습관을 잡아주는 게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으로 때론 격려를, 어떤 날은 부담스러운 조언을 하기도 한다. 느려도 꾸준히 책임감을 가지고 공부하는 습관, 틀린 답도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는 용기, 결정적인 순간 정답을 맞힐 수 있는 지혜와 결단력을 갖길 바라면서.

그런데 오답 쓰기를 두려워하는 아들과 글쓰기를 시작한 내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다. 정답이 없는 글쓰기에서 정답을 찾고 있다. 백지를 완벽함으로 채우려다 한 글자도 쓰지 못할 때도 있으며, 읽는 이들에게 있어 보이고 싶은 욕심에 섣불리 나아가질 못하기도 한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인 브런치 안으로 들어오니 더 우왕좌왕한다. 주제에 벗어난 문장은 없는지, 한 글에 여러 개의 주제가 담겨 있지는 않은지, 적확한 표현을 썼는지 등 요리조리 살피느라 발행을 주저한다. 내가 쓴 글에 행여나 오답이 있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인생을 살면서 맞는 답만 고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남이 정답이라고 알려주지만 그것이 나와 맞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글쓰기 수업에서 배운 것들을 참고는 할 수 있지만, 정답은 아닐 것이다. 나의 언어로 써보며 나만의 문체를 만들어야 할 테다.
글쓰기도 인생도 정답은 없기에 내가 하는 선택이 최선이라고 여기며 그 일을 해나가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를 향한 믿음과 긍정적인 시선이 충만하다면, 정답이든 오답이든 나에게 값진 경험이 되고 소중한 통찰력을 가져다줄 테니까. 쓰는 사람은 그 경험과 통찰력을 글로 붙잡아 두면 글감 부자가 되어 있겠지.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꿈꾸던 순간을 맞이하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 오답을 두려워하지 말자, 아들아!
너는 수학의 오답을, 나는 글쓰기의 오답을 말이야.
오늘도 수학 문제집 앞에서 망설이고 있을 아들에게 따가운 시선 대신 따듯한 말을 건네련다.

"틀릴까 봐 걱정돼서 답을 못 쓴 거야? 괜찮아. 틀렸다고 아무도 뭐라 안 해. 네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확인하려고 숙제를 하는 거야. 틀린 답 쓰다 정답이 떠오를 수 있고,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날 수도 있잖아."

매거진의 이전글 합기도 소녀에게 배우는 3가지 확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