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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e Aug 23. 2024

인천 차이나타운 (2)

오래됐으나 새로운 (Old but New)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는 인천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입구의 귀여운 판다와 알록달록한 조형물이 미소를 짓게 한다. 무더위를 잠시 잊고,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 가득 안고 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1. 송월동 동화마을

동화마을 입구와 거리 모습

개항 이래로 송월동은 외국인들이 거주하던 부촌이었다. 그러나 차이나타운이 쇠퇴의 길을 걷자 이곳도 마을이 노후화되며 젊은 사람들은 떠나 빈집이 늘고 고령층만 남게 된다. 오래되어 새로울 것 없던 이곳이 2013년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탈바꿈했다. 마을에 있는 대부분 집이나 건물은 동화 속 장소처럼 꾸며져 전봇대는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거대한 나무로, 가스계량기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 나무꾼이 되었다. 몇몇 주택은 개조되어 카페나 음식점이 들어서기도 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도로시 길, 전래동화 길, 신비의 길, 유럽 도시 길 등 커다란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푸바오의 인기 때문일까? 작년에는 없었던 판다 조형물을 이번 방문에 볼 수 있었다.


동화마을 조성 이후 차이나타운과 함께 송월동 동화마을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 쓰레기 등으로 고통받는다고 하니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양철나무꾼과 자이언트 트리
골목 안쪽의 다양한 그림과 조형물들
동화마을의 새로운 친구들


2. 트릭아트스토리

벽화길 건너편에 있는 트릭아트스토리는 동화와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그림과 벽 속에 살아있는 3D 미술관이다. 2층 규모이며, 시각적 재미를 주는 39개의 입체 그림이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2년 전 처음 방문했을 때 남매의 "우와" 소리가 끊이지 않던 곳이다. 평면의 그림이 입체적으로 살아나 아이들이 그림 속에서 직접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놀이 공간이자 부모에게는 잠시 휴식을 주는 고마운 장소다.

작년 겨울, 남매와 방문했을 때


3. 삼국지 벽화거리

삼국지 벽화거리 전경

차이나타운이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화교 중산중학교 담장에 삼국지 벽화거리를 만들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길 양쪽 벽면에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명장면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타일 벽화로 장식해 둔 거리로, 그 길이가 자그마치 150m에 달한다. 그림과 설명이 잘 되어 있어 천천히 걸으며 감상하다 보면 책 한 권을 읽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삼국지연의』는 3C 진수의 『삼국지(三國志)』에 서술된 위(魏), 촉(蜀), 오(吳) 삼국의 역사를 바탕으로 전승되어 온 이야기들을 14C에 나관중이 재구성한 역사소설로, 현재에도 많은 사람이 읽는 동아시아권을 대표하는 고전 작품이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인기가 대단해 수많은 번역본을 낳았고 현대에 와서는 영화나 컴퓨터게임,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활발히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경영학이나 처세술 등을 논하는 책들도 폭넓게 출간되고 있다.     


스무 살쯤 황석영 작가님의 번역본으로 난세의 영웅인 유비와 조조를 처음 만났다. 유비 중심의 이야기였기에 그때는 유비는 선하고 조조는 악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군주들로서 각자의 방식으로 난세를 살아갔던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역사소설을 넘어 인간의 본성과 리더십의 교훈을 담고 있는 삼국지의 이야기. 이를 통해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한 지혜를 배우고 다양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익힌다면 역사의 가치를 몸소 체험할 수 있을 테다.

흥미진진한 벽화를 보니 다시 유비, 조조, 손권을 만나고 싶어진다. 이번에는 故 고우영 화백이 만화로 표현한 『고우영 삼국지』를 읽어봐야겠다.

삼국지 설명과 도원결의
관우 동상, 초한지 벽화거리 안내문


4. 초한지 벽화거리

초한지 벽화거리 전경

5층으로 이루어진 높다란 황제의 계단을 올라가 선린문을 지나면 초한지 벽화거리가 양쪽으로 펼쳐진다. 삼국지 벽화거리가 먼저 조성된 후 인기를 끌자 이후에 초한지를 주제로도 벽화거리를 만들었다.

  

『초한지(楚漢志)』는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인 진(秦) 나라의 멸망 이후 한(漢) 나라의 천하 통일까지 항우와 유방의 기나긴 대립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이다. 여러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초(楚)의 항우와 한(漢)의 유방, 두 명의 대결 구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두 영웅의 전쟁을 중심으로 책사, 장군, 미인 등 여러 인물의 등장으로 재미를 더한다. 항우에게 유리해 보였던 전쟁이 패배로 끝을 맺으면서 영웅의 비장미를 느끼기도 하고, 평민 출신의 유방이 승리하게 된 것에서 교훈을 얻기도 한다.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어 소설, 시, 경극 등 예술작품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초한지 벽화거리가 끝난 지점에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삼국지 벽화거리가 펼쳐진다. 시간 순서대로 『초한지』와 『삼국지연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초한지 벽화거리를 감상한 후, 삼국지  벽화거리로 걸음을 옮기는 것을 추천한다.

황제의 계단, 선린문과 초한지 벽화거리


5. 조·미 수호 통상조약 체결지

삼국지 벽화거리 바로 옆에 자리한 기념비

거대하고 번쩍이는 두 마리의 용 조형물이 감싸는 ‘삼국지’ 표지판 바로 옆에 ‘조·미 수호 통상조약 체결지’라는 기념비가 자리한다. 그동안 체결 장소에 대한 이견이 있었으나 2013년 조약 체결의 주요 근거인 인천 해관장 사택 터가 명기된 지도가 발견됨에 따라 이를 알리기 위해 기념비를 세웠다고 한다.

      

조선과 미국은 1882년 5월 이곳에서 조·미 수호 통상조약을 체결하였다. 이 조약은 조선이 서구와 맺은 최초의 수호 통상조약으로, 미국에 최혜국 대우(타국에 허용한 유리한 대우를 동일하게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해 주었고 치외법권을 허용하는 등 조선에 불리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었다. 당시 일본, 미국, 청나라와 조선이 맺은 근대적 조약들은 열강들만 이익이 되는 불평등 조약이다. 외교, 정치적으로 근대화의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당시 조선의 상황이 떠올라 씁쓸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삼국지 벽화거리 표지판, 기념비 세부 모습


6. 인천아트플랫폼

인천아트플랫폼 전경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시 원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중구 해안동 일대의 근대 건축물을 리모델링하여 조성된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2009년 9월에 개관하였다. 이곳은 1883년 개항 이후 건립된 건축 문화재 및 1930-4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 당시의 근대 건축 기술 및 역사적 기록을 지니고 있어 건축적, 조형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도시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최대한 살려 문화적으로 재활용하자는 시민들의 뜻과 인천시의 의지가 합쳐져 탄생하였으며, 이 구역을 중심으로 개항장 일대는 과거의 역사를 보존하되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창작 플랫폼으로 자리하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구 일본우선주식회사를 비롯한 근대 개항기 건물 및 1930-40년대에 건설된 건축물을 리모델링하여 창작 스튜디오, 전시장, 공연장, 인천생활문화센터등 총 13개 동의 규모로 조성되었다.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며,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작가의 거주 공간 등 경제적 지원을 통해 작가들이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중심으로 전시 및 공연, 시민참여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가에게는 창작공간, 시민들에게는 문화·예술을 함께 나누는 광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내 건물들의 모습

방문한 날이 휴관일이라 전시를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다양한 전시와 공연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고 방문하면 좋을 듯하다.

작년 11월에 운영이 끝난 인천서점 자리에 한글 글씨로 외양을 꾸민 압도적 이미지의 맥줏집이 자리해 좀 의아했다. 기사를 찾아보니 예술가들과 주변 상인들 대다수는 공공 문화·예술 공간에 술을 판매하는 상업시설이 입점했다는 것에 비판적이었다. 한 지역 문화계 인사는 “해당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까지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갈등으로 이어진 문화정책에 대해 인천시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883 개항살롱, 인천맥주 호랑이굴


7. 제물진두 순교성지

인천아트플랫폼을 둘러보고 인천역으로 가는 길, 중국문화원과 상가 사이에 십자가가 보여 살펴보니 제물진두 순교성지였다.

1866년 병인박해와 1868년 오페르트의 남연군묘 도굴사건, 서양의 침략과 관련해 조선 정부는 천주교 신자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척사 의식을 고양하려 했다. 그리하여 조선 최초의 천주교 영세자인 이승훈의 후손들을 비롯하여 10명의 천주교인을 이곳에서 처형하였다.


‘진두(津頭)’는 곧 나루터로, 강이나 내 또는 좁은 바닷목에서 배가 건너다니는 곳을 말한다. 제물진두는 외국 선박 선원들과 접촉을 시도하는 군중들의 왕래가 잦은 곳으로, 이곳에서 공개적인 처형을 함으로써 서양을 배척하고, 천주교를 막으려는 효과를 극대화하려 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신부인 김대건 신부가 입국하여 1년여간 조선교회의 사정을 둘러본 후, 1845년 사제 서품을 받기 위해 상해로 떠났던 역사적인 장소이다. 또한 1888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소속 4명의 수녀가 조선 선교를 위해 입국한 곳이기도 하다.

   



월요일 오전 시간에, 무더위에도 거리는 북적였다. 막바지 휴가를 즐기는 가족과 연인들, 중국인 관관객들.

오전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는 무더위에 헉헉대다 가까운 카페로 들어가 잠시 더위를 식혔다. 매장을 둘러보니 유명 배우가 운영하는 카페였다. 배우님은 못 만나 아쉬웠지만 맛있는 커피와 멋진 공간, 무엇보다 오래됐으나 새로운 인천을 보게 되어 위안이 되었다.


인천도 old but new

나도 old but new

익숙한 일상이지만 새롭게,

오래 보아도 신선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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