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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e Aug 29. 2024

인천 차이나타운(3)

개항장거리의 박물관들 ①

인천시 중구 송학동과 중앙동, 신포동, 답동 일대는 개항 이후부터 일제강점기 사이에 조성된 근대 문화유적지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곳이다. 특히 청•일조계지 경계계단 우측의 옛 일본 조계지, 지금의 중구청 앞거리는 일본풍의 건축물과 조형물이 설치돼 140여 년 전 개항장 인천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곳은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 '개항장 문화지구', '개항장거리', '인천 개항 누리길'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본 글에서는 인천관광공사의 ‘개항장거리’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개항장거리에 자리한 박물관들

개항장거리에는 여러 주제와 다양한 형태의 박물관이 자리한다. 1888년에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을 전시관으로 바꾼 대불호텔 전시관, 1960~70년대 인천 중구의 생활사를 만날 수 있는 생활사 전시관, 1890년대의 일본 은행을 리모델링하여 박물관으로 재탄생시킨 인천개항박물관과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19세기 창고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한국근대문학관, 한국과 중국의 문화예술 교류를 알 수 있고 중국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한중문화관과 인천화교역사관이 그것이다.

안내지도, 운영시간 출처: 개항장 문화시설 통합안내(인천중구문화재단)


대불호텔 전시관

대불호텔 전시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관이다. 대불호텔 전시관에서 통합 관람권을 구매하면 저렴한 가격에 박물관 투어를 할 수 있다.      


조선 땅을 밟은 각국의 외교사절과 여행객들의 주 목적지는 서울이었다. 그러나 개항 당시는 인천에서 서울까지 이동하는데 12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교통수단이 열악하였기에 오랜 항해를 마치고 제물포에 도착한 여행객들은 중간 기착지인 인천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나가사키 출신의 무역상인 호리 히사타로와 그의 아들인 호리 리키타로는 이 점에 주목하여 일본인 조계지에서 서양인을 상대로 숙박업을 시작하였다. 이것이 초기 대불호텔의 모습이다. 호리 일가는 인천항을 드나드는 서양인들을 위한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1887년경에는 벽돌조의 서양식 3층 건물을 짓기 시작하였고, 1888년부터 본격적으로 호텔 영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인천의 대표적인 서양식 호텔로 개항장의 숙박업을 주도하게 된다.

그러나 1899년 경인철도가 개통되면서 인천의 호텔업은 쇠락하게 되었고, 대불호텔 또한 극심한 경영난을 이겨내지는 못하였다. 이후 ‘중화루’라는 중국요릿집으로 운영되었다가 결국 시대의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1978년 건물이 철거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대불호텔 전시관은 3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제1전시실-개항장과 대불호텔

제1전시실에서는 대불호텔 터에서 발견된 유구를 발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발굴된 건물지를 일부 남겨놓아 관광객들이 대불호텔의 건축양식을 추측해 볼 수 있게 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대불호텔의 변천사, 1890년대 개항장거리와 대불호텔의 사진, 대불호텔을 찾은 사람들의 기록을 볼 수 있으며, 대불호텔의 사계절을 담은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대불호텔 터에서 발굴된 건물지의 모습, 대불호텔의 건축적 특징 안내문
대불호텔 사진자료와 관련 기록들

제2전시실-근대호텔과 신문물

제2전시실에서는 인천에 세워졌던 일본식 여관과 서양식 호텔의 운영방식, 제공된 서비스와 관련된 내용, 근대 호텔의 모습, 근대의 커피 이야기, 전화기와 전신기, 카메라, 회중시계 등의 신문물에 대해 전시하고 있다. 커피를 숭늉과 비교해 양탕국으로 불렸다는 것, 국내 최초로 커피를 제공했던 장소가 대불호텔이라는 사실, 멋스러운 그때의 다기와 커피메이커, 테이블웨어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한 제2전시실 건너편에 있는 재현된 대불호텔의 객실의 가구들은 지금 봐도 고풍스럽다.

당시의 커피잔과 접시 세트, 테이블웨어 세트
안내문, 근대문물 코너
재현된 격실의 모습

제3전시실-연회장

음식과 음악을 제공한 사교의 장이었던 연회장을 재현한 공간이다. 현재 대불호텔 전시관에서는 연회장을 기획전시장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세미나·강연·전시회 등을 진행하고자 하는 시민이나 단체에게 대관해 주고 있다. 지금은 ‘아내에게 바치는 피아노의 방’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대불호텔 피아노. 피아노에 담긴 이문영 교수와 김석중 여사의 삶이 숙연하게 했다. 험난한 인생 속에서도 올곧았던 그들을 쫓아 살 순 없으나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연회장 바깥에는 가상피팅기를 이용해 근대의 의상과 드레스를 가상으로 착용하여 기념사진을 찍어볼 수 있다.

이문영 교수와 김석중 여사의 삶, 대불호텔의 피아노


생활사 전시관

생활사 전시관은 대불호텔 전시관 관람을 마친 후 대불호텔 1층 뒷문을 이용하여 방문할 수 있다. 안내된 동선을 따라 이동하면 생활사 전시관 지하 1층 출입문과 지하철 모형이 반겨준다.

생활사 전시관은 인천 중구가 출범한 1968년을 기준으로 1960~1970년대 인천 시민들의 생활상, 당시 문화생활 등을 엿볼 수 있는 전시관이다. 전시 외에도 특색 있는 문화상품을 판매하고, 카페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하 1층, 1층, 2층, 이렇게 3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으로 이동하면 1960~1970년대 중구의 생활사가 의, 식, 주 문화로 나누어 전시되어 있다. 의상대여실에서 교복과 드레스 같은 복고 의상을 대여해 착용하고, 사진관에서 기념 촬영도 할 수 있다니 매력적이다. 1960~1970년대의 정서가 느껴지는 이발소, 연탄, 클래식 카메라, 공중전화 등의 소품, 그 시절의 부엌과 방 등의 주거 환경과 시장 골목을 재현한 거리는 당시를 산 이들에게는 향수를, 요즘 사람들에게는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2층은 1960~1970년대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선술집, 극장, 다방 등이 있다. 극장에는 1970년대 인기 영화 포스터와 매표소를 재현하여 전시해 놓았다. 상영 시간이 맞으면 70년대의 영화도 관람할 수 있다.

생활사 전시관 1층
생활사 전시관 2층


개항박물관

개항박물관은 옛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을 2010년 리모델링하여 박물관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은 1883년 11월에 설립된 인천에서 가장 처음 은행의 역할을 했던 곳으로, 조선에서 생산된 금괴 및 사금의 매입업무를 주로 대행하였다. 이후 제1은행의 업무와 수입이 점차 증가하면서 정치자금의 거래, 해관세의 취급, 한일 양국의 국고 취급에 대한 특허를 받은 중앙 금융기관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개항박물관 외부 모습
개항박물관 제1전시실 전경

돔 형식의 르네상스 양식 건축물로 근대 건축물의 예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며, 내부의 높다란 층고의 공간과 화려한 커튼과 조명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조선에 거주하는 외국인들(특히 일본인)의 편의를 위해 설립하여 조선인들을 수탈하는데 앞장섰던 곳이기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총 4개의 전시실에 1883년 개항 이후부터 1910년 이전까지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개항기의 인천 풍경에서부터 근대문물까지 다양한 역사 유물을 전시하고 있어 인천의 개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제1전시실

박물관의 주 전시실로 1883년 개항 후 인천항을 통해 처음 소개된 근대문물 가운데 대표적인 것들을 선정하여 관람객에게 소개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83.5㎝, 세로 135.5㎝ 크기의 광제호 태극기다. 광제호 태극기는 대한제국의 군함인 광제호에 게양하던 태극기로 신순성 함장이 경술국치 전날 거둬들인 뒤 인천에 살고있는 그의 후손에게 전해오고 있다. 1910년에 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아이들과 올해 광복절에 방문했을 때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이 자기 키만 한 태극기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태극기를 수습하고 잘 보관한 신순성 함장과 그의 후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더 의미 있었던 79주년 광복절이었다.


제1전시실의 근대유물들


제2전시실

한국 철도사와 관련된 자료만을 전시하는 주제전시실로, 주로 한국 최초의 철도인 경인철도 관련 유물과 자료를 관람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경인선 기관차 모형


제3전시실

개항기 인천 개항장 일대의 거리 풍경을 모형과 시청각 자료로 연출하여 관람객들이 개항기의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포토존으로 개방하고 있다.

개항기~일제강점기 초기의 박물관 앞 거리 풍경 모형
일제 강점기 인천항, 인천의 거리 풍경

제4전시실

과거 은행으로 사용될 당시의 금고를 활용한 주제전시실로 개항기의 금융기관과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은행으로 사용할 당시의 창문과 금고, 기둥 등이 그대로 남아있어 당시의 모습을 추측할 수 있다.

제4전시실 입구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 때의 비상구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한국근대문학관, 한중문화관과 인천화교역사관을 다룬 인천 차이나타운(3)-개항장거리의 박물관들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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