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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e Nov 14. 2024

다시 한번 해보고, 쉬지 않고 하고, 계속 연습하고.

『세상을 바꾼 두더지』를 읽고

땅 밑 세상에서 혼자 사는 두더지 몰은 낮에는 열심히 굴을 파고, 밤에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했지만 몰은 조금 허전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다가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을 보게 되고 아름다운 소리에 반해 다음날 바이올린을 주문한다. 매일같이 우편함을 열고 바이올린을 기다리다 3주 만에 받아본 후 뛸 듯이 좋아한다. 당장 바이올린을 집어 들고 활을 당겨보지만 끼익 끼익 끔찍한 소리만 날 뿐이다. 몰은 쉬지 않고 연습한다. 일주일쯤 지나자 도와 레 소리가 나고 한 달쯤 되자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전부를 소리 낼 수 있게 된다. 몰은 계속 연습했고 몇 년이 흐르자 그는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게 된다. 땅 위에서는 도토리였던 작은 열매가 몰의 연주를 듣고 쑥쑥 자라 커다란 상수리나무가 된다.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들으면 뭐라고 할까?'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연주로 인하여 세상이 바뀌는 상상을 한다. 그런데 몰이 상상하고 있던 일들은 땅 위 세상에 그대로 일어나고 있었다. 대통령과 여왕이 몰의 연주를 상수리나무 곁에서 듣고 있으며, 적군을 향해 겨누던 기사들의 활과 창도 사랑으로 서로를 감싸 안는다. 몰의 아름다운 연주는 세상의 나쁜 기운을 모두 사랑의 기운으로 바꾸어 놓는다.

작은 두더지 한 마리의 대단한 열정이 땅 위 세상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몰은 더 이상 초보 연주자가 아니었다. 어느새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선사하는 프로가 된다. 페이지를 넘기는 어린 독자들은 몰의 상상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감격을 맛볼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연주자'라는 주인공의 꿈이 이루어진 순간, 기뻐하고 뿌듯해할 것이다. 마치 자신이 꿈을 이룬 것처럼.
11살 아들은 몰을 통해 노력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말한다. 리코더 연습을 매일 해야겠다는 좋은 마음을 먹었다니, 엄마의 잔소리보다 훨씬 효과가 있는 듯하다. 9살 딸은 자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잘 하는 건 싫다고, 남들 앞에서 잘 하고 싶단다. 지금 배우는 합기도를 더 열심히 할 거라고, 특공무술에서도 검은 띠를 따겠다며 "얍", "핫" 기합을 넣고 집에서도 수련을 이어간다.

몰에게 바이올린 연주가 나에게는 글쓰기다. 세상은 경단녀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실패를 겪기 여러 번. 실패를 실패로 두지 않고 성장을 품은 실패의 이야기로 써 내려가면서 내 이야기를 남도 들을 만하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글쓰기의 시작은 '나'였다. 나를 드러내고 나의 성취를 자랑하고. 그런데 나의 쓰기에 집중하다 옆을 보니 쓰는 엄마 곁에서 보려고만 하는 남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아닌 것 같아 남매와 함께 읽고 쓸 마음을 먹었다.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책의 종류부터 살펴 학습만화보다 글책의 비율을 높였다. 잔소리와 칭찬을 섞어가며 하루에 1권은 글책을 읽으라고 한다. 더불어 짧은 성경 말씀 한 구절, <나에게 들려주는 예쁜 말>을 격일로 필사를 시킨다. 얼마 전에는 말씀 쓰기에 감사노트를 추가했고, 책 필사에는 '1줄 느낀 점'을 스멀스멀 넣었다.

몰이 다시 한번 해보고, 쉬지 않고 하고, 계속 연습했듯이 남매에게 매일 읽고 쓰기를 시킨다.  땅 위에서는 도토리였던 작은 열매가 몰의 연주를 듣고 쑥쑥 자라 커다란 상수리나무가 되었듯이, 남매에게 뿌린 도토리처럼 작은 읽기와 쓰기가 'text를 무리 없이 읽어내고 소통을 잘 하는 아이'라는 잎이 넓고 키가 큰 상수리나무가 되길 바라고 바란다.

쓰기의 시작은 '나'였으나 이제는 '나'와 '너'다. 남매를 위한 쓰기, 나를 위한 쓰기를 하다 보면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꿈도 이룰 날이 오겠지. 그래서 다시 한번, 쉬지 않고, 계속 읽고 걷고 쓰는 엄마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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