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도 않고 완성할 수도 없는 프로젝트'에 대해
제목만 들어본 베스트셀러,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한번 읽어봐야지’ 마음만 먹다 드디어 책을 펼쳤다. 유명세만큼 목차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목차의 문장들이 너무 와닿아 필사해 봤는데, 목차만으로도 한 편이 글이 되는 듯하다.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사람
완벽한 고요가 건네는 위로
위대한 그림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일 때가 있다
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드문 순간
예술가들도 메트에서는 길을 잃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최선을 다해
푸른색 근무복 아래의 비밀스러운 자아들
예술이 무엇을 드러내는지 이해하려고 할 때
애도의 끝을 애도해야 하는 날들
완벽하지도 않고 완성할 수도 없는 프로젝트
무지개 모양을 여러 번 그리면서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작가인 패트릭 브링리는 유명한 잡지사 <뉴요커>에서 일하다 형의 죽음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일하게 된다.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빠져나와 자신이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그저 놓아두기로 결심했다고. 그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한 셈이다. 10년 동안 이곳에서 일한 후 뉴욕 도보여행 가이드로 일하고,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그의 삶을 잠시 들여다보니 고통이 쓰게 하고, 글쓰기가 상처를 치유해 주는 훌륭한 도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미술 작품들에 대한 설명과 해석을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림에 문외한이라 그런 걸까? 번역된 책이라 그런 걸까? 작품이 책 속에 실려있는 것이 아니어서 직접 찾아서 봐야 하는 수고로움을 해야 해서 읽는 데 오래 걸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를 사로잡는 어떤 매력 때문에 완독했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 책을 닫는 순간, 끝까지 읽길 잘 했다는 마음에 뿌듯했다. 그 매력이 무엇일까? 나는 작가의 진심과 그림과 삶에 대한 통찰력이라고 생각한다. 메트(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애칭이라고 한다)에서의 10년을 담담히 쓴 그의 진심과 작품을 통해 삶을 통찰한 글이 묵직한 감동을 주고 뭉클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chapter는 ‘11장. 완벽하지도 않고 완성할 수도 없는 프로젝트’.
부모 노릇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없이 많은 사소한 일을 해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정말 충격이었다는 작가의 말에 ‘좋아요’를 100개쯤 누르고 싶은 마음으로 공감하여 읽었다. 산더미 같은 빨래와 설거지, 계속되는 병원 출입, 끝없이 반복해서 기저귀 가방을 쌌다 풀었다 해야 하는,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어린 남매를 양육했던 일상들. 애쓰며 지나고 있는 ‘정직한 돌봄의 시간’들.
P보다 J 성향에 가까운 나는 계획대로 되길 바라며 완벽과 완성을 추구하는 편이다. 계획에서 벗어나고 예상치 못한 일을 겪으면 '얼음'이 된다. 그런데 육아는 매일 예상치 못하고 갑작스러운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이다. 갑자기 닥친 상황에, 지루하게 느껴지는 일과 말을 매일 반복하며, 예상치 못한 아이의 말과 행동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육아를 잘하는 길이리라.
그런데 육아에서 행복은 무언가를 완성하고 완벽하다고 얻는 것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순간, 미완성의 순간에 자주 있었다. 놀이터에서의 환한 웃음, (식탁은 엉망진창이나) 맛있게 밥 먹는 모습, 삐뚤빼뚤 색칠한 스케치북, 매번 싸우다가 사이좋게 노는 찰나의 남매의 모습 등.
결코 완벽하지도 않고 완성할 수도 없는 프로젝트, 육아.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이들과 진심으로 열중하고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일들로 채워가면 어떨까? 부모와 아이가 처음인 너와 내가 만나 서로 가르치고 격려하면서 이 생을 동행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