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밤

느슨하나 단단히 연결된 우리

by Jihye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해방의 밤』.
작가에게 받은 ‘책 편지’를 혼자만 보기에 아까워 그녀들에게 편지를 띄운다. 나의 글쓰기 문우들에게.


우리가 모여 읽고 쓴 지도 1년이 훌쩍 넘었네요. 글쓰게(글을 쓰자 게을러도), 우리만의 글쓰기 모임. 작년 겨울, 눈이 내리던 첫 모임이 생각나요. 마침 내리는 눈은 우리의 모임을 축하해 주는 듯했어요. 토요일 오전 9시, 이른 아침 수다와 글쓰기 나눔. 작가님과의 글쓰기 수업은 끝났지만, 신기하게도 수업의 인연이 계속 이어져 1년 넘게 우리만의 모임을 이어가고 있어요. 나이가 주는 넉살인지 낯을 가리는 편인 저도 이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요. 아마도 그건 글쓰기의 힘이 아닐까요? 솔직하게 각자의 사연을 풀어놓으며, 가지각색의 글과 말에 하하 호호거리고 울컥하기도 하니까요.

얼마 전 우리가 좋아하는 은유 작가님의 『해방의 밤』을 읽었어요. 이 책은 관계와 사랑, 상처와 죽음, 편견과 불평등, 배움과 아이들 등 다양한 범주의 주제를 종횡무진 펼쳐나가요. 다양한 주제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해방’. 작가님은 책이 해방의 문을 여는 연장이라고 하세요. 우리 삶 곳곳에 억압과 통제가 있음을, 타자의 해방과 자신의 해방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우고, 모두의 자유로움을 위한 독서와 배움으로 이끄는 ‘해방의 독서’를 강조하세요. 낮의 소란이 지나가고 비로소 맞이한 사유의 시간, 존재를 회복하는 시간, 다른 자아가 되는 변모의 시간, ‘밤’. 작가님의 가장 내밀한 곳에 새겨왔던 문장들부터 자신을 살린 책까지, ‘혼자만 알면 반칙인 말들’을 『해방의 밤』을 통해 그녀만의 감각과 시선으로 나누고 있어요.
작가님이 읽은 책들에 대한 글이지만 독후감 모음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책에 언급되는 책들은 필독서 목록과는 거리가 멀어요. 저자가 서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책,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책, 배를 불려주지도 않고 스펙이 되지도 않는 책, 온종일 쓸모 있어야 한다는 압박이 가득한 사회에서 도통 무용해 보이는 책들. 하지만 그런 책들만이 거칠고 메마른 일상에서 한 사람을 구원하고 살리기도 한대요. 그러니 우리는 지식 축적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삶의 문제를 풀어가는 실천적 읽기를 해야 해요. 삶을 더 생생하게, 더 현실감 있게,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글쓰기를 해야 해요.

느슨한 대로 단단한 관계(70p), 헤어질 때 발걸음이 가벼운 곳으로(280p), 불행을 말해도 좋을 관계(285p). 이 문장들을 읽을 때 우리 모임이 떠올랐어요.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하는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다글다글 뒤엉켜 사는 끈끈한 관계도 아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찬찬한 관계. ‘느슨하고도 단단한 연결’. 이렇게 조금은 멀리서 서로의 일상을 애틋하고 너그럽게 바라봐 주니 삶이 더 생생하고 현실감 있고 풍요롭게 느껴져요. 헤어질 때 발걸음이 가벼운, 참으로 근사한 이 인연을 오랫동안 이어가자, 이 책을 덮으며 마음먹어요.

요즘 우리는 살아온 길을 돌아보는 글쓰기를 하고 있어요. ‘내 맘대로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서로의 10대, 20~30대를 나누고 있지요. 여전히 할 말이 많은 분도 있고, 이제 미래를 그리게 되는 분도 있고요. 남은 이야기도 이어서 써보자고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할 때는 작가님이 우리 생의 윗목에 두고 간 『해방의 밤』을 펼쳐 보는 건 어떨까요? 다음 모임까지 짧은 단상이라도 남기시길 응원합니다!

책으로 삶을 해석하고, 삶으로 책을 반박하며 덩어리진 생각에 질서와 문장을 부여했다. (프롤로그 중에서)

동창도 아니고 고향 친구도 아닌 문우들. 만나는 순간 충분히 진실했기에 미련이 남지 않는 사이, 이 느슨한 대로 단단한 관계가 저는 좋습니다. (70p)

사실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찬찬한 관계로 기우는 마음이, 나이가 들어가며 끈끈한 관계의 부침을 감내하지 못하는 저에 대한 정당화 갈기도 했습니다. (중략) 이렇게 조금은 멀리서 서로의 일상을 애틋하게 바라봐주는 고고하고 너그러운 관계도 필요하구나, 참으로 근사한 인연이구나 (73~7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