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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자라는 일기

꿈을 이루는 필사, 735일

by Jihye

일기는 날마다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을 적는 개인의 글이다. 하지만 단순한 사적인 기록을 넘어 작성자가 살아가는 시대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거시적인 글이기도 하다. 우리가 임진왜란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아는 것은 『난중일기(亂中日記)』 덕분이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사를 아는 것은 김구의 『백범일지(白凡逸志)』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기는 개인의 희망과 절망, 시대의 영광과 추락까지 담아내는 특별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학창 시절에는 숙제처럼 억지로 일기를 썼다. 쓸 말이 없으면 억지로 날씨를 적고, 오늘 먹은 급식을 늘어놓던 그런 글을. 그런데 마흔이 되어 처음으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주된 글감은 육아의 고충. 남매를 키우며 여러 갈래로 흩어지는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 일기는 작은 쉼이자 정리의 시간이었다. 어떤 날은 자기변명을, 다른 날은 자아성찰을, 때론 사랑이 담긴 당근과 채찍의 말을. 하소연도 하고 앞으로의 다짐을 적으면서 나름의 정리를 하고 스스로를 다독였던 것 같다. 그렇게 글을 쓰며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딸의 교실 속으로 따라 들어가고 싶은 날의 불안감을 이겨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모든 순간이 애틋하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엄마로서의 나를 남기기 위해 앞으로도 부지런히 일기를 써야겠다. 아마 육아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일기는 소재가 끊이지 않는 기록의 장이 되어주겠지?


오늘도 그렇게, 한 줄이라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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