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보다 둘이 좋은 건 나눌 수 있다는 구석이 있다는 거 아닐까
나조차도 내가 바다를 이렇게 매일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어렸을 때 생긴 트라우마로 물 공포증이 생겨 씻을 때도 눈을 감고 씻을 수가 없을 정도로 물에 대한 공포감이 극에 다르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김녕에 한 달간 머물면서 매일 바다를 보러 갔다.
비가 내리던 날도, 화창하던 날도 아침에 산책하러 돌아다니며 만난 바다를 보며
”역시 여기는 섬이라 바다가 사방으로 둘러싸여 있구나 “라고 새삼스레 생각하기도 했다.
제주에서 만난 인연은 많지 않았지만 그 대신에 생각나는 사람들의 향수가 짙어졌다.
투명하다 못해 속까지 보이는 바다를 보고 앉아있으면 매번 다른 대상이 떠올려졌다.
외롭진 않았지만 혼자 이 좋은 걸 보고 있으니 너무 아쉬웠다.
같이 왔으면 좋았을걸… 하는 사람들이 자꾸 생각나면서 그 사람과 나눈 추억들을 다시 한번 끄집어내 보기도 하면서 괜스레 뭉클해지기도 했었다.
혼자 덩그러니 제주도에 떨어져 있는 나를 아무것도 묻지 않고 곁을 내어준 이들에게 편지도 붙이면서 마음을 잡았다.
가게 옆에는 마음의 양식이라는 이름 따뜻한 가게가 있었다. 일 끝나고 허기진채로 의자에 앉으면 식전 빵으로 나온 따끈한 모닝빵과 짭조름한 버터의 조합 역시나 말할 것도 없이 최고라 열심히 일한 보람까지 느껴졌다. 오므라이스와 돈가스를 오순도순 둘러앉아 맛있게 먹고 오늘 있었던 일을 나누던 나날들.
친구들과 함께 숙소 생활을 하는데 다들 각자의 방에 룸메이트가 있는 대신 나는 혼자 쓰는 방이지만 문이 없어 천으로 커튼을 만들어 문 대신 걸어놓았다.
일하러 갈 때 내 방이서 모이고, 일 끝난 후 또 방에서 영화를 같이 보거나 우리가 만났을 때가 겨울이었으니까 귤도 침대에 누워 자주 까먹었다.
내가 집에서 되게 늦게 자는 편인데 어느 날은 옆방에서 자고 있어야 할 친구가 커튼 열고 들어와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에 빠진 적이 있었다. 왁자지껄 정신없는 소음도, 조용하게 떠들어야 했던 자그마한 소음도 날 선 것 없이 괜찮았다.
서로의 출신과 배경도 너무나 다르지만 우리는 같은 날에 처음 만나 큰 탈 한 번 없이 잘 지냈다.
필름으로 제주에서 만난 친구들을 포함해 지인들의 사진들을 많이 찍어놓고 싶다.
함께하는 순간은 너무나 짧기에, 남겨진 사진을 보고 추억할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