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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킴 Nov 18. 2024

내 마음속 외로움보다 더 크게 자리 잡은 건

하늘에는 모든 색이 담겨있다





제주도에서 지내면 지낼수록 집에 대한 그리움 보다 이곳에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갔다.

봄에 한 번 울산으로 내려와 오랜만에 가족을 만났다.

변한 것도 없었고 이 집과 동네는 내가 이십여 년을 보낸 정이 깊은 곳은 틀림없지만 그날 나는 또 가족과 크게 다퉜다.

언젠가부터 월세를 낼 필요 없는 집과 가족이 있고, 옆에 친한 친구들과 제주도 보다 돌아가는 게 빠른 세상이라는 걸 몸소 느끼지만 아이러니하게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과 공허함이 따라왔다.

제주도에선 오직 나의 앞가림만 책임지면 됐다. 일에 적응하고 또 헤쳐나가는 용기는 버거울 때고 있지만 시간도, 금전적인 부담도 없었고 심적으로 편했다.

그 사이에 자주 가는 가게도 생겼고, 일 끝나고 편하게 바닷가 앞에서 맥주를, 산길을 뱅뱅 돌아 도착한 지인 집에서 고기와 술을 마시기도 한다.

여전히 걷고 또 걸어도 질리지 않는 풍경에 허우적대다 한참을 산책에 빠지기도 한다.

숨통을 트이게 해 준 이곳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낯선 곳이었는데 어느덧 나의 집이 돼주었다.

유독 섬나라를 놀러 가면 구름이 몽글몽글 귀여운 모양을 하고 나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거처럼 낮게 느껴졌는데 여기서도 자주 그러한 풍경을 만난다.

하루에 몇 번이나 변하는 날씨 속에서 하늘은 늘 바쁘다. 하늘에는 모든 색이 담겨있다. 요 며칠 전 애월 해안 도로는 핑크와 보라색 노을로 뒤덮여 얼마나 황홀하던지 정말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제주도에서는 같이 일하며 만난 사람들을 제외하고 따로 사적으로 연이 닿아 만나게 된 지인이 있다.

나는 낯선 사람들과 만남을 불편하다고 생각하진 않고, 오히려 당신과 내가 알아가는 자리가 즐겁게 느껴지는 편이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무덤덤한 편이고, 기대를 크게 하지 않는 유형의 인간이다. 누군가를 위해 해야 할 말을 아꼈고, 취해야 할 태도를 냉정하게 하지 못했다. 오래된 사이일수록 나라는 사람에 대한 굳혀진 모습으로부터 어긋나기 싫어 더욱 내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나는 내 기분보다 나의 언행과 행동에 반응을 보일 상대방을 더 중요시했다.

그런데, 사회에 일찍 나가보니 나이와 상관없이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면서 조금 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스스로를 더 위해줘도 되겠구나 싶었다.

아직까지 몇 번 안 만난 사람에게 오히려 더 솔직하게,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우스갯소리처럼 가볍게 넘겨도 보고 하다 보니 의외로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적당한 선을 지키는 배려 아래로는 문제 되지 않았다. 세상으로 당당히 내 목소리를 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 덕분에 모든 시간이 내게 변화의 기회였고, 고향에 크게 향수를 느끼지 못했던 것도 그 덕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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