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가는 여름, 그 기차에서부터 시작된 기록

두꺼운 점퍼를 벗고, 가벼운 반팔의 차림으로

by 우주킴








치앙마이라는 곳을 알게 된 건 영화 ‘수영장’을 보고 나서였다.

태국 치앙마이의 한 게스트 하우스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였는데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에 나왔던 카나와 고바야시 사토미가 같이 나와 반가웠다.

아무튼, 영화 ‘수영장’에서 본 치앙마니는 잔잔하고 평화로워 보이기도 하며 색채가 풍부함에도 청록색의 잎들은 어디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조용히 개성을 숨기지만 자꾸만 눈에 띄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 여름의 색이 비록 화면으로 보는 장면일 뿐이었지만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하게 들었다.

평소 SNS에서 봤던 가게 가게 주인분이 서울에서 치앙마이로 건너 가게를 오픈하신 사진들을 보며 치앙마이를 간간이 사진으로 접하던 참이었고, 퇴사를 하고 시간이 비자 나는 주저 없이 태국 방콕행을 먼저 끊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나는 태국 방콕에서 치앙마이를 여행하다 라오스로 넘어가 여러 동남아를 여행하고 싶었는데 결국 그러진 못했다.

사실대로, 단순하게 그 이유를 얘기하자면 되돌아간 여름의 시간이 너무 행복했던 탓에 하루를 보내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치앙마이에 계속 머물다 돈과 시간 둘 다 탕진해 버렸다.

방콕에서 이틀을 머물다 야간열차를 타고 치앙마이로 떠난 날, 기차는 달리고 있고 역무원이 다가워 나의 티켓을 검사할 때 혹시 잘못 탄 건 아닐까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도 무사히 표를 건네받았다. 달리는 와중에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거세게 내렸던 밤이었다.

내게 주어진 당장의 일은 앞으로 남은 13시간이라는 시간을 달리는 기차에 맡기고 잠을 자는 것뿐이었다.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자다가 몇 번이나 일어나도 바깥세상을 깜깜했고, 다시 분주해진 소리에 일어나 커튼을 쳤더니 이번엔 날이 밝아와 시골 마을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들리지 않았지만 그들의 생활 소리가 나에게까지 들리는 듯했다.

그렇게 정정 13시간을 달려 치앙마이역에 도착을 했다.

무거운 45ℓ 배낭을 메고 역으로 나오면 썽태우 기사들이 나와 급하게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흘러내리는 땀에 그마저도 바가지였지만 제일 싸게 부른 아저씨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내가 지금 치앙마이에 있다니 기분이 되게 묘했다. 일본은 일본어를 할 수 있으니까 자주 갔지만 나는 영어도, 태국어도 못하는데 그저 방콕에서 무사히 야간열차를 타고 도착한 것만으로도 여행의 반은 성공한 거 같았다.

치앙마이의 거리는 일본 편의점이 곳곳에 있었고, 아주 큰 대형마트 식품 판매대에 가면 일본에서 건너온 음식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 걸까? 일본인도 일본어도 쉽게 만나고 들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너무 낯설게 다가오기보다는 크게 위화감이 없었던 여행이었다. 그러나, 내가 일본어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치앙마이에서 실현한 슬로우 라이프, 느린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그 무엇이 걸림돌이 될 수 있을까.

치앙마이 자체가 여유롭고 느긋한 곳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나는 나의 방학에 집중하느라 그들의 삶에 껴들어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보진 않았으니까.

목에 걸린 오래된 필름카메라와 휴대폰 속 지도만을 믿고 또 다른 세상을 걷기에 바빴고 또 신기해했다.

날마다 떠돌이 한량처럼 시간을 보냈다.

나는 너무 먼 거라는 썽태우나 택시를 탔지만, 웬만해선 낮이든 밤이든 걸어 다녔고, 매일 가보고 싶었던 곳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 그리고 책과 함께 했다.

돈이 다 떨어져 귀국을 앞두고 있을 때 즈음도 내 생활과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무언가 이 여행은 나에게 돈의 아쉬움과 중요성보다 나의 내면의 생기를 다시 채워주었다. 이 시간과 공간이 영원하지 않음을 오늘 밤 다시금 깨닫고 있는 동안 나에게 청록의 마음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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