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 입으로./결국은 스러질 뿐이다.
이름은 없습니다.
그만큼 대단한 사람도 아닐 뿐더러,
그만큼의 존재를 가질만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름없이 집에 돌아왔을 때,
저는 건조한 방 안에 혼자 갇혀
안치된 시체 마냥 가만히 누워있거나,
가끔 올라오는 고양이의 온기를 빼앗는 일 뿐입니다.
그러다 지친다면 별 특별할 일 없는 글을 쓰거나,
이불을 끌어안아 무력감에 빠집니다.
그러다 천장을 바라보는 날이 온다면
그날에는 가끔 푸르른 하늘을 떠올리곤 합니다.
자기 연민에 빠져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저를 일갈하는 하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저는 오늘도 아무도 없는 방에서 이름을 불렀습니다.
으, 백석 시인의 글을 참고해도 그건 쓰는 사람 나름인지라, 내가 처음 써보는 시는 정말로 끔찍했다. 시는 경험대로 쓰라고 하지 않았는가. 어찌 이렇게 중2병이 만연하는 인간이 쓴 것처럼 글이 번져버리고 말까. 역시 글을 배워야 바뀌는 법인가, 아쉬움을 이러쿵 저러쿵 토로한다. (그럼에도 수업료를 지불하는 것은 너의 것이 아니니, 네 몸은 온전히 네 것이 아니구나.)
요즘은 새로운 것에 시도를 하는 것을 즐겨한다. 아직 몸은 늙지 않았으니, 흡수력이 괜찮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이 아둔한 머리는 그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육체가 시키는 대로 먹히니, 이것이 인형이 아니라면 무엇이냔 말이다.
쯧, 아무런 생각없이 글을 쓰는 건 그만두고. 요즘은 시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시는 소설과 다르게 짧은 말들로 서사를 쌓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공유하는 시선이다. 작가의 심상을 바라볼 수 있는 창문. 오, 그것이 참으로 마음에 들어, 아무도 모르던 내 시선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더라면 그만큼 만족스러운 것은 없을 것이다. 아,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함께 생각하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다만 내 생각은 다른 누군가들 보다 세 걸음은 늦어서, 지나간 일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것 빼고는 쓸모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환상이었다가 망상이었다가, 지상에 뿌려진 민들래 같이 쓸모없는 것. 그것이 제 사고방식이었습니다.
-자학은 그만.
자학의 개그는 재미도 없습니다. 짜고 친 콩트 만큼이나 쓸모가 없습니다. 변함 없습니다. 변함이 없는 것에는 밀랍과 인형. 불에 녹은 고약한 초 냄새를 맡고자 하면 머리가 어지러워 위 안에 있는 내용물과 작별을.
-아무 말.
"고칠게요."
이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어린 아이에게는 그리 어려운 과제였을까. 까마귀에 보이는 얼굴은 흐릿하기만 하는데, 바뀌질 않는다.
나는 밀랍으로 쌓여있고, 녹아있는 시멘트에 빠진 드럼통... 꿔다놓은 보릿자루이다. 쓸모없고, 자리만 차지하는 인간이라니. 이 얼마나 쓸모없는가... 땔감으로는 쓸모가 있을 지도 모르지.
이럴 거면 일기장을 쓰는 게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그렇네. 단편선을 한 번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처음봤던 꽃의 이름은 까먹어버리고 말았지만, 사라져버린 꽃의 이름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건 처음으로 스러지고 잔향만 남긴 하나의 꽃이었으니까. 그 이름이... 말할 가치도 없었다는 건 누구에게나 말할 치부였다.
다만, 그건 나와 함께할 영원한 숙적이 된다는 것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