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을 위한 요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람에 따라서 근육이 간장하고 소화 기능이 저하되기도 하고 대장은 과민한 반응을 하기도 한다. 암과 같은 질병의 발병도 어느 정도 지난 후에야 자각 증상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몸은 자립적인 지성 시스템으로 기능하고 있다. 피곤할 때는 먼저 지친 몸을 쉬게 해야 한다.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하려면 눈을 감고 머리를 기대어야 한다. 이 말은 몸을 돌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몸을 돌보는 것은 또한 마음 돌본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몸과 마음의 지성체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마음 역시 자동적 감각반응으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자연현상의 일부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노르아드레날린이, 마음이 안정되면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행복을 느끼면 옥시토신이, 즐거움을 느끼면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한다. 마음과 연결된 우리의 생리적 현상이다. 몸이 자립적인 지성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은 기능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몸의 생리적 작용은 자율적 현상이다.
20세기 인도의 성자 끄리슈너무르띠(1895~1986)는 요가수련이 몸을 건강하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데 유용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매일 같이 수련한 분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요가는 삶 전체를 하나로 바라보는 통합적인 지각이다’라고 정의한다. 아써너(동작과 자세) 수련을 하더라도 거기에 붙잡히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말은 머리서기, 어깨서기, 비틀기, 전굴, 후굴 등의 자세를 수련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아써 너에 묶이지 말라는 의미이다. 고난도의 특정 자세의 실현이 다른 것으로 이끌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섬세하고 자립적인 지성으로 드러나는 건강한 몸을 지향한다. 요가를 쉽고 편안하게 규칙적으로 하는 것은 몸의 민감함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 기계적인 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유기적인 몸과 감각이 수련을 통해 민감해지고 섬세해지고 명료해지면 그때는 두뇌가, 정신이 깨어나서 지성이 섬세해지면서 홀로 지켜보는 고요함의 특성이 나타나게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수련하고 있는 다양한 동작과 자세들은 근육, 골격, 소화, 순환, 분비 배설, 생식, 림프, 신경체계 등을 고려하여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아써너들은 건강을 위하여 이러한 모든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다. 동작과 자세의 수련은 인대와 건, 근육들을 강화시키고 신경을 안정시켜 내부 기관을 조화롭게 하고자 하는 데 있다. 다양한 아써너의 반복적인 수련은 관절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고 근육을 유연하게 하며 더불어 신체구조를 정렬하여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활성화한다. 더불어 유기적인 신체의 기능은 개선될 것이다.
요가수련은 마음과 쁘라나(생기)의 관계에 대한 요가 생리학적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마음과 몸은 항상 하나의 유기적인 전체로서 기능한다. 몸과 마음이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마음이 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지만, 하타요가는 반대로 몸을 통해 마음에 접근하는 방법을 수용한다. 몸을 통하여 마음을 이해하고 의식을 계발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세와 동작의 반복적인 수련은 생기가 자유롭고 막힘없이 흐르도록 내부 통로를 정화한다. 따라서 내부의 몸이 부드러워지고, 거친 호흡이 리듬을 되찾고, 깊고 느리게 변화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힌다.
요가 심리학에 따르면 우리는 지속적인 변화의 틀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 틀 안에서 조건화된 패턴(saṃskara)이 발달한다. 이러한 삼스카라, 잠재성향은 우리 삶의 모든 차원에서 드러나며, 우리의 지각, 생각, 태도, 행동 등 모든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요가수련을 하는 동안에도 몸과 마음을 알아차리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하지 않는 다면 감정이나 생각에 끄달려 가기 쉽다.
우리의 지성(intellect)은 알아차림, 관찰, 비교, 판단을 내포하고 점검과 조율 등을 포함한다. 한 자세를 완성하기 위한 동작과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점검하고 바로잡는 전 과정은 붓디(buddhi), 지성을 계발하는 순간이다. 우리의 의식이 내부로 향하게 됨으로써 마음을 관찰하고 내면을 꿰뚫어 보도록 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호현상을 자각케 하는 것이다. 이것은 상당한 지적 능력을 요구한다. 이러한 지성이 살아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요가수련은 자신 내면에 존재하는 보다 심층적인 '무의식 또는 잠재의식'과 접촉하여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조건화된 패턴을 두드리는 명상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