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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인 May 11. 2024

반복이 만드는 길

망상 또는 맹상, 그리고 명상.

요즈음 뇌가 섹시한 남자라는 TV프로그램의 문제를 같이 풀어보면서 나로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앞서 문제를 풀어가는 스마트한 연예인들을 보면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수재들만이 성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공부 잘하는 사주가 따로 있기도 하다는 명리학적 해석에 당황스럽기도 하다. 타고난 잠재적 능력도 중요 하지만 적성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순간적으로 어떤 분의 얼굴만 떠오르고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그분, 그~,  그~” 지시 대명사를 난발한다. 더욱이 책을 읽고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들을 명료하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때로 난감해진다. 나이에 따른 심리적 변화를 경험하고 생리적 기능의 저하나 퇴화는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어떻게 하면 보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불교에서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몸과 마음을 오온(五蘊:色受想行識)으로 설명하는데, 습관은 오온 중 상카라(saṅkhārā), 행에 가장 가깝다. 빠알리어 상카라는 형성력, 의도, 현상, 본질적인 조건, 조건 지워진 사물 등의 뜻이다. 상카라를 계속적으로 어떠한 자극에 대하여 마음에 잠재된 습성이나 성향(anusaya)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동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이와는 무관하게  반복을 통하여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고, 오래된 습관으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발생하는 현재의 사건들을 어떻게 지켜보고 관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함께 명상은 시작된다. 곧 그것은 알아차림의 개발이고, 싸띠(sāti) 역시 반복과 훈련을 통해 개발된다. 알아차리고 지켜보는 마음은 작용하는 것만이 아닌 기억으로도 저장되어 강화된다. 이것은 운동선수가 부단한 노력으로 운동의 역량을 기르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이치이다.

     

빠알리어 싸띠(sāti)는 싼쓰끄리뜨어 스므르띠(smrti), 기억에 파생된 단어이다. 요가철학에서 지성(buddhi)과 자아의식(āhaṃkara), 마음(manas)이 합쳐져 의식(citta)이 작용될 때 반드시 기억이 수반되어야만 가능하다. 이 기억은 대별적으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기억으로 나눌 수 있다. 지난 사건들이 현재 우리의 느낌과 감정, 생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작용과 달리, 명상 중의 알아차림이라는 의식의 개발은 현재의 기억에 해당된다.

     

정화스님의 책 ‘그냥 좋아하기’에서 기억이라는 의식작용의 기능을 이미 경험된 정보에 의해 몸의 무의식적 (자율신경) 활동처럼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상카라의 작용이 있고, 반대로 의식적으로 감각을 괴로워하지 않고 지켜볼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개발하는 싸띠, 알아차림은 새로운 정보로 수용되는 정보로서 ‘관찰하는 의식’으로 이해한다.

      

뇌과학은 의식을 무의식 상태에서 일어나고 있는 신경세포의 연결 네트워크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무의식의 연결 네트워크를 배경으로 의식이 발생하지만, 새롭게 일으킨 의식이 무의식 층에 영향을 주기도 하므로 의지를 갖고 반복 훈련한다면 끊어져 있거나 흐트러진 신경 네트워크를 회복할 수도 있고 새로운 신경 네트워크를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신경 시냅스가 새로이 형성이 될 때 반드시 반복을 통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반복이 필요하다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뇌의 신경세포 연결 네트워크는 외부 세계에 대한 이해와 행동의 기반으로서 사춘기가 되면 어느 정도 고정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동물과 달리 생각을 반성할 수 인간이다. 뇌의 시냅스 연결 네트워크는 훈련을 통하여 어느 정도까지는 바꿀 수 있는 가소성이 있기 때문에, 노력을 통하여 연결배선을 바꾸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명상은 즉 마음의 집중은 뇌의 신경 시냅스의 연결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인지의 변화에 따른 행동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된다.

      

사람들은 더러 알면서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생각은 우리의 내면에서 추진력으로 작용하는 힘으로서, 생각은 말과 행동과 이어지기 때문에 생각을 바꾸면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생각을 바꾼다고 해서 곧바로 행동으로 실천하기 결코 쉽지 않다. 인지가 바뀌었다 하더라도 습관의 에너지가 밀어붙이는 추동에 휩쓸려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에는 많은 것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복하는 용기 있는 연습과 더불어 행동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에는 자신에 대한 관대함, 기다림, 확신 등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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