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좋으니
'우울'이라는 감정은 나 자신을 배신자로 낙인찍히게 만든다. 내가 나를 믿을 수 없게 하고, 남들조차 나를 믿지 못하게 만든다. 나는 항상 나를 속이며 주변 이들을 분노케 하는 사람이다. D-DAY. 오늘은 벌써 그 디데이를 정한 지 열흘이 되는 날이다. 빨리 시간이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 아니, 어쩌면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나조차도 내 마음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힘들다', '화가 난다', '답답하다'. 만약 우리에게 이런 당연한 감정들을 표현할 자유가 박탈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의 병을 앓게 될 것이다. 이처럼 '말'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이 위대한 힘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는, 당연하지만 잔인한 폭력이다. 가스라이팅의 굴레에 갇힌 이들이 부디 그 사실을 알아채고, 지독한 그림자 속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죽고 싶다', '자살하고 싶다' 등. 우리들의 일상 대화 속에서 문득 그런 생각들이 스칠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정말로 죽음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죽음을 택할까, 아니면 이대로 삶을 이어갈까. 만약 나와 가까운 이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나는 버텨내기 힘들 것 같다. 물론, 꼭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누군가의 죽음은 나를 오랜 시간 우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잠시라도 바깥으로 나가 걸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우울은 더욱 깊어지기 마련이니까.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딱 30분만이라도 좋으니 바깥바람을 쐬며 걸어보자.
이 글이 슬픔에 체념한 이들에게, 또는 지나친 상실감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조금 더 욕심을 내어도 좋으니, 부디 다시 힘을 내달라고. 마음껏 슬퍼해도 괜찮으니, 부디 나의 곁에 있어달라고, 나는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