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만 가면 우는 아줌마
무식해서 용감했던 20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던 그날의 공항이 문득 떠올랐다.
엄마는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왜 엄마가 울었는지.
어쩌다 보니 나는 호주에 살고 있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낯선 땅이 뭐가 그리 좋다고 훌쩍 떠나왔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호주가 이렇게 먼 나라였다는 걸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깨닫게 되었다.
멜버른에서 한국, 비행기로 약 13시간, 그 13시간의 여정을 위해 들여야 할 시간과 노력은 생각보다 꽤나 복잡하고 쉽지 않은 과정의 연속들이었다. 1년에 한 번은 갈 수 있을 거란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나에게 공항은 이별이다.
한국을 떠날 때도, 호주에서 누군가를 보낼 때도 늘 그곳은 공항이었다. 손이 감지되면 물이 나오는 자동센서수도꼭지 마냥 공항에 발만 닿았다 하면 내 눈에선 눈물이 주룩주룩 흐른다. 쿨하게 손 흔들어 주고 싶은데 도대체 이놈의 눈물이 멈추지를 않는다. 공항에서 나는너무 처절하게 찌질하다.
몇 년 전, 고등학교 친구 2명이 호주로 휴가를 왔다. 그중 한 명은 예전부터 티격 태격 하던 사이였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중간에 한 번 터질게 터져버렸다. 그냥 미안하다 한마디 하면 될 일이었는데, 괜한 자존심 때문에 그 한마디를 하지 못했다.
마지막날, 친구를 공항에 데려다주는데, 그 날 만큼은 자신 있었다. 넌 무조건 또 울 거라며 자신만만해하는 남편에게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라며 호언장담 했던 나였다.
공항에 도착해 그 친구를 배웅해 주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렇게 우리 둘은 울다가 웃으며 주책맞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공항에선 미워도 슬펐고, 슬퍼서 미웠다. 떠나는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10여 년 전 엄마처럼.
올해로 벌써 호주 이민살이 13년 차, 나는 공항이 너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