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았지만 내 발에 밟혀 죽은 개미들을 생각하며..
우리는 개미다.
465억 광년의 저 광활한 우주에서 바라보면 어쩌면 우린 개미가 아니라 한 톨의 먼지 일지도 모른다.
개미든 먼지든, 조금 더 크거나 작거나 한 하찮은 존재들일뿐, 저 우주에서 그 하찮은 것들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얼마나 우스울까.
개미는 항상 바쁘다.
어딜 그렇게 열심히 다니는지, 도대체 멈추지를 않는다. 어디 과자라도 하나 떨어져 있으면 수백 수천 마리의 개미들이 몰려와 그 작은 몸에 부스러기를 지고, 줄을 따라 급하게 몸을 움직인다. 그러다 문득, 산책을 나온 의도치 않은 나의 발에 밟혀 운이 없던 수백 수천 마리의 개미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내가 그날 나가지 않았다면 그들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주다.
적어도 우리 동네 개미들의 삶과 죽음은 내 손안에 달려있다. 내가 산책을 하면 그들은 죽고, 하지 않으면 그들은 산다.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다. 그걸 모르는 개미는 아무도 없지만, 우리가 언제 죽는지 아는 개미도 아무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열심히, 바쁘게 살아야 한다. 죽을 때까지. 그러다 어느 날 의도치 않은 발바닥에 밟혀 죽어도 우리는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개미의 운명이다.
우주도 결국엔 죽는다.
우주가 팽창할수록 은하들은 서로 멀어지고, 그렇게 서로 멀어진 은하들은 더 이상 충돌이 불가능해진다. 충돌이 없으면 에너지도 없다. 시간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 정적인 우주, 그것이 바로 우주의 죽음이다.
개미도 죽고 사람도 죽고 별도 죽고 우주도 죽는다. 우주에 에너지가 흐르려면 개미든 사람이든 별이든 모두 다 서로를 밟아줘야 한다.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살기 위해 죽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개미인가 우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