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5. "함께"의 깨달음 2

(4) 레인보우 브릿지에서 신분을 바꾸던 아침

by 윤예진

오늘은 다시 레인보우 브리지를 건너,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날이었다.


사실 나이아가라 폭포를 여행의 첫 시작지로 정한 이유는 풍경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이 다리에서 ‘입국’을 다시 해야 했다. 그게 내 여행의 첫 미션이었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머무르던 J-1 비자의 체류 기간이 1월 말쯤 끝나는 일정이었고, 나는 2월 7일에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일정 사이의 빈 구간을 메우려면 신분을 전환해야 했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미국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미국을 한 번 나갔다가 다른 신분으로 다시 입국하는 형태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캐나다, 그리고 레인보우 브리지였다.

문제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온라인에서 이 국경을 통해 같은 방식으로 시도한 사례를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이걸 ‘모험’이라고 불렀다. 모험이라고 생각한 순간부터는 준비가 시작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필요한 서류들을 하나씩 챙기고, 출력하고, 파일에 넣어 두었다. 캐나다 쪽 나이아가라에 호텔을 잡아 하룻밤 묵은 것도 그 준비의 일부였다. 당일치기로 캐나다에 갔다가 곧바로 다시 들어오는 건 괜히 위험하게 느껴졌다.

아침 일찍, 캐리어를 끌고 다시 다리를 향했다.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또렷했다. 두근거림이 커질수록, 오히려 주변 소리와 바닥의 감각이 더 세게 느껴졌다.


호텔 조식으로 초코 머핀, 블루베리 머핀, 오믈렛, 스크램블 에그, 소시지, 팬케이크까지 먹었다. 특히 우유와 함께 먹는 블루베리 머핀이 잠들어 있던 미각을 깨웠다. 소시지를 케첩과 달달한 소스에 찍어 먹으며 ‘오늘의 에너지’를 충전했다. 긴장되는 날에는 이상하게도 식사가 더 중요해진다. 몸이 무너지면 마음도 같이 무너지니까.

우리는 택시도 가능했지만, 안전하게—정직하게—두 다리로 다리를 건너기로 했다.


어제 이미 건넜던 길이라 주변 구경은 하지 않았다. 앞만 보고, 캐리어만 보고 걸었다. 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내 마음은 계속 같은 문장을 되뇌었다. ‘제발, 오늘만은 별일 없이.’

그리고 마침내, 캐나다 출국 구역을 지나 미국 입국 심사 공간에 도착했다.


두근두근. 내가 준비해 둔 서류 뭉치를 꺼내 심사관에게 내밀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권, 기존 J-1 관련 서류, ESTA 확인서 등 내가 제출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정리해 가져왔다. 질문이 나올까 봐, 머릿속에서는 답변을 미리 여러 번 연습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게 통과됐다.

심사관이 인자한 분이어서였는지 모르겠다. 나는 교환학생이었고, 남동생이 한국에서 와서 함께 여행 중이라는 것, 돌아가는 항공권이 있다는 것 등을 차분히 설명했다. 뒤에 서 있던 사람이 동생이라고 소개했고, 동생도 빠르게 통과했다. 오히려 전날 캐나다로 들어갈 때가 더 오래 걸리고 더 빡셌던 것 같다.

입국장을 빠져나오자마자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환호에 가까운 안도감이 올라왔다. 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정말 될까?’라는 의문을 계속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이런 모험을 하게 된 데엔 사정도 있었다. 비자 만기일을 정확히 안내받기 전에 한국행 항공권을 먼저 예매해 버렸고, 그걸 취소하기에는 취소 수수료가 너무 컸다. 그 시점에 다시 표를 사려면 가격도 훨씬 올라 있었다. 결국 나는 ‘바꿀 수 없는 일정’을 안고,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결과는 성공.

그렇게 우리는 미국 쪽에서 택시를 타고 버팔로 나이아가라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미국령 나이아가라 폭포는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택시 창밖으로 스치듯 풍경이 지나갔다.


공항에 도착해 짐을 부치고 게이트 앞에 섰을 때가 오전 9시 46분. 얼마나 이른 아침부터 움직였는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안전하게 도착하고 싶어 일찍 준비했지만, 게이트 앞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다른 게이트들도 한산했다. 우리는 콘센트 근처에 자리를 잡고, 긴장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피로를 잠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오후 1시 30분쯤, 비행기는 땅에서 떨어져 올랐다. 다음 목적지는 워싱턴 D.C.

워싱턴으로 향하는 여행의 시작은 통과와 안도였다.

그날의 하늘은 유난히 가벼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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