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김밥이 좋을까?

by 채은

이십대 초반 떡볶이를 주 3회 먹었다면 이제는 김밥을 그렇게 찾는다. 여행지에서 무조건 유명한 김밥집을 찾는 건 물론이요, 저녁에 거한 식사 약속이 있는 날이나 배가 덜 고픈날에도 내 메뉴는 김밥이다. 왜 그렇게 좋아하냐는 질문에는 “그냥, 먹기 좋잖아.” 대답한다. 사실 간편한 이유가 크다. 식사거리를 정하느라 고민하는 일, 식당에 오가는 시간과 식사 후의 더부룩함, 겉옷에 밴 후끈한 점심 냄새같은 것을 감당하느니 김밥을 먹는 게 좋은 선택같았기 때문이다.

며칠 전엔 참치김밥을 먹으면서 문득 생각했다. ‘이거 꽤 알차잖아?’ 이 손가락 두 마디밖에 안되는 한 알에 7-8가지 재료가 다 들어있다니. 얼마나 균형있는가. 들어간 재료로만 보면 김밥이 아니라 ‘김당근계란단무지시금치오이햄우엉깻잎밥’으로 불려야 하는데, 그러고 보면 김밥이라는 이름 참 겸손하다.

언제는 남편이랑 편의점 김밥 한줄을 사 먹으며 동네를 걸었다. 그럴듯한 편김을 한알씩 우적우적 먹으며 남편이 물었다. “왜 그렇게 김밥을 좋아해?”

나는 김밥을 먹으면 어릴 적이 생각난다 했다. 이천 오백원짜리 김밥때문에 먹고 살 수 있었던 절절한 사연. 그리고 초딩 때 소풍날이면 엄마가 아침마다 싸주었던 김밥 도시락과, 쟁반에 김밥 탑을 쌓아놓고 며칠 내내 계란에 부쳐 먹었던 기억. 그 행복한 경험 덕분에 여기까지 온 거 같기도 하다고.

남편은 말했다. “채은이랑도 닮은 거 같아.”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지만 속이 가득 차 있는 모습. 김밥이 속에 부담을 주지 않듯,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모습이 닮았단다. 가볍게 던진 질문에서 시작했지만 그 말이 퍽 마음에 좋았다.

김밥처럼 속 편한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제든 찾을 수 있지만 보이는 것보다 내면이 더 알차서 함께 있는 시간이 든든한 사람이고 싶다. 집으로 들어가며 다짐했다. 앞으로 누군가 김밥이 왜 좋냐고 물으면, ‘나를 닮아서’ 라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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