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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Aug 05. 2023

착한 우리 남편

다른 사람에게 만요.

유난히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착한 우리 남편, 아니 아는 사람의 남편. 그의 아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세상 좋은 사람이면서 자신에게는 왜 그렇게 못되게 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나에게 호소했다. 나도 이렇게 서운하고 미운데 부인은 오죽할까.


혹시 자신의 가족을 덜 사랑하게 된 것은 아닐지, 자신에게 무슨 불만이 있는 건 아닌지 남편의 그 속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라 했다.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진다. 분명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한 모습에 좋은 사람이라 생각해 결혼까지 했다. 분명 그게 맞는데 결혼 후 자신이 알고 있던 그가 아니란다.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사기 결혼이라 무를 수도 없다.


어떤 문제가 있다면 서로 의논할 수 있게 말이라도 시원하게 해 주면 좋으련만 혼자서 무슨 생각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속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친절하고 착한 남편이 있어서 좋겠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다고 한다. 나도 그 남편을 아는데 부인이 많이 속상할 것 같다. 부인은 자기 남편 욕을 다른 사람에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듣고 있자니 속이 썩어간다.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은 아니냐고 물어보았다. 집에서는 핸드폰만 붙잡고 있고 밥은 차려놓고 먹으라고 몇 번을 이야기해야 겨우 나와 먹는 다던가 회식이 있는 날 미리 말해주지 않는 정도는 그냥 그런대로 넘어간다고 한다.  진짜 참기 힘든 것은 다른 모두에게는 너무나도 다정하고 친절하며 좋은 사람일 수 있는 그 모습이 자신에게, 가족에게는 잘 보여주지 않음에, 그 이중성이 너무나 참기 힘들다고 했다.


말을 듣고 보니 그의 모습이 말 안 듣는 내 친아들과 겹쳐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도 별문제 없이 잘 지내는 편이다. 늘 학교에 보내놓고도 걱정이 많은 엄마의 마음과 달리 아들은 학교에 잘 다니는 것만으로도 고마왔다. 그러나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지 집에 와서 엄마의 얼굴을 보자마자 두 얼굴의 아들이 된다. 엄마에게 온갖 짜증을 내고 응석을 부린다. 엄마는 너무 힘들다. 아들에게 같이 화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한없이 받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혹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께 여쭤보아도 선생님은 아들 칭찬만 하신다. 아마도 아들은 학교에서 정해놓은 규칙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아마도 자신의 힘을 다 써야 할 정도로 힘든 일인 것이다.


남편 역시 그런 것이 아닐까? 남편의 친절함에는 총량이 정해져 있어 힘든 사회생활 속에 친절함으로 무장하고 일하다 귀가해서는 만만하고 편한 부인과 가족들에 앞에서 마음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이미 친절함은 다 써버린 탓에 가족에게까지는 그 친절함이 미치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란 생각 속에 진정으로 친절해야 하는 곳을 알지 못하는 덜 떨어진 착한 남편인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가장들이 그렇지 않을까?(아니시라면 죄송합니다.) 론 밖에서 불친절한 사람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밖에서의 친절함을 조금만 가족에게 나눠달라는 것뿐이다. 그것만으로도 그 효과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


아들이 자꾸 엄마에게 짜증 내고 화를 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다 받아줄 수 없듯이 그 댁 남편이 부인에게 친절하지 못함을 부인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오랜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에게 많은 상처와 지침, 포기 등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아들에게는 어느 정도 그의 짜증은 받아주되 시간의 한계나 상황에서 보이는 무례함에는 엄격히 행동하기로 했다. 말이 안 통하는 아들에게 일관된 행동만큼 주입이 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남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친절하지 않은 행동에 집중해 그것에 잔소리를 늘어놓기보다는 한 가지의 친절한 행동에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부인이 요구한 여러 가지 행동들 줄에서 한 가지라도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집중적으로 칭찬해 보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람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니까.


무엇보다도 화가 난 상태에서 남편과 대화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 봤자 화난 상태에서는 서로에게 이익이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말로 남편에게 바라는 점 한 두 개 정도는 잘 생각해 놨다가 남편이 기분이 좋을 때라든가 이야기하기에 좋은 타이밍이 왔을 때 놓치지 않고 부탁해 보라고 내가 아는 그 부인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네어본다.


진짜, 내 남편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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