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jebell May 09. 2024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

가장 빠른 방법

마늘과 쑥만이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 준 것은 아니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결혼으로 부모가 되지 않았다면 절대로 되지 못했을 사람. 이제야 자신이 점점 제대로 된 사람이 돼 가는 길 위를 걸어가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아마도 자녀가 없었다면 영원히 몰랐을 어른이 되는 법. 비로소 길 위에 있음을 알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까.

자녀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어른이 되기 위한 인생의 다른 가르침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직도 자녀를 보면서 완전히 지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더 많고, 부모란 말이 버겁기만 한 것도 사실이다. 자녀를 키우면서 즐겁고 행복한 순간은 말 그대로 순간일 뿐, 참고 견뎌야 할 때가 훨씬 더 많이 있다. 화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끝까지 참지 못하고 화를 내버려서 이제까지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고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어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데 현실은 아이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수준의 어린아이가 하나 더 있을 뿐인 것이다.

사랑이란 게 그저 좋은 감정 그 이상이란 걸 알지 못해 감정에 휘둘리는 자신에게 실망하고 마는 부모 역할을 하는 나 자신에 대해 그저 그런 사람이 아니라 보다 인류애가 넘치는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것이다.

자녀는 부모의 어떤 사정이나 까닭에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기 자신의 욕구에 대해 직선적으로 부모에게 요구할 뿐이다. 그것은 부모가 준비가 되었던, 되지 않았던, 곤란한 상황이던, 적절한 상황이던 상관하지 않는다. 무조건 부모의 애정에 매달리고 떼를 쓴다. 화도 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는 부모는 달래기도 하고 무시해 보기도 하지만 결국 같이 화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특별한 부모가 존재하기도 한다. 이미 사람으로서 완성의 경지에 이른, 혹은 준비가 잘 갖춰진 관대하고도 마음이 넓은 부모일 것이다.

아직 그런 존재가 되어주지 못함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오늘은 좀 더 나은 부모가 되어보리라 다시 한번 작심삼일의 결심을 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을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조금이라도 성장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결혼 전 직장생활을 되돌아보면 그때 내가 얼마나 결혼한 사람들이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잘 알지 못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게 아닐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맞벌이로써 아이들의 귀가시간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얼마나 조급하고 애가 닳았을지 이제야 보이게 되는 것이다. 누구는 똑같이 월급을 받고 일하는데 그런 사적인 생활을 배려하거나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을 하는 것은 각자의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자녀가 있는 사람들만의 사연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녀를 통해 넓어진 이해심과 한 차원 높아진 인내심, 배려심 등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교류에 있어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점점 인간답게 성장해 간다고 스스로 느낄지라도 그것이 자신의 자녀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성장이라 말할 수 없다. 자녀에게 베풀게 되는 배려나 이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것을 이성과 적절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할 때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엄청난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에너지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모든 부분들을 조금씩 해내다 보면 어느새 예전과는 달라진 자신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냥 손절했을 사람들도 조금은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 주기 위해 노력한다거나 차갑다고만 느꼈던 누군가의 힘듦을 보게 되고 공감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군가를 온전히 미워하기 어려울 수 있다. 모를 때는 오히려 미워하기가 쉬웠지만 그 사람의 상황을 알고 나면 쉽게 미워하기가 힘들다.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가장 빠른 방법은 부모가 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니면 그에 준하는 커다란 시련을 겪게 되거나...

keyword

zejebell 소속 무조직 직업 크리에이터

직장 생활에서의 인간 관계, 가정에서의 인간 관계, 세상 모든 인간 관계, 나와 너의 관계, 나와 나에 대한 이야기들

구독자 79

작가의 이전글 비앙 당 사포(bien dans sa peau) 보통의 관계 작가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