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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Apr 25. 2024

비앙 당 사포(bien dans sa peau)

아늑한 껍질 속 휴식, 잘 쉬고 있어요.

폭풍 속에 비바람이 몹시 불어닥치는 날 밖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어서 빨리 뽀송뽀송하고 포근하며 따뜻한 장소 안에 머무를 수 있길 바랄 것이다. 오히려 비 오는 날 안전한 집에서 창을 통해 밖을 보면서 아늑함을 느끼게 된다. 세상의 거친 풍파를 막아 줄 수 있는 자신만의 아늑한 공간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 반드시 필요하다. 물리적 공간이든, 마음속 공간이든 자신만을 위한 껍질이 있다면 그래도 조금은 살기 어려운 세상을 버틸 수 있는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온 힘을 다해 세상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그들의 열정에 나 역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삶에 얼마 큼의 애정을 가지고  열정을 다해 살아가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면 그저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살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그럼 괜찮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그렇지 못한 자신에게 스스로 불만족하여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했었다. 심지어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의 죄책감은 어릴 때 받았던 교육에서 기인한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현재 많이 각색되어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게으름과 성실함에 대한 교훈을 원형으로 하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이 꼭 게으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어른이 되고서도 한 참 지나서 깨달았다. 

일하고 있을 때 나다운 사람이 있고 일하지 않는 시간을 보낼 때 보다 나다운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일등이 될 수 없고 뛰어난 스포츠맨이나 연주자, 혹은 24시간을 쪼개어 쓰는 그런 열정 가득한 삶을 살아갈 수는 없다. 


자신이 지닌 에너지의 크기만큼 보다 더 자신에게 맞는 행복을 찾아 삶을 그렇게 원하는 방향으로 추구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힘들어도 계속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그에게는 껍질이 될 수 있겠다. 이런 삶에는 비교가 필요 없다. 자신을 편히 쉬게 해 줄 만한 무엇을 이미 찾았기에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의 조건 같은 것들이 그다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진짜 평행우주가 어딘가에 존재할지 모르지만 현재 나의 시간선에서는 내가 보내고 있는 이 시간만이 현실이 된다. 내가 우울하게 보내고 불행하다고 느끼게 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내 행복과 안식의 시간은 짧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 자신을 보호해 줄 나만의 껍질을 찾아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일 수 있겠다. 그 어떤 것이든 자신이 좋으면 그만이다. 그 무언가로부터 안식을 얻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마음이 풀어진다. 여유가 생기고 다시 세상에 나아갈 힘을 얻게 된다.


삶은 대부분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상황 속에서 계속 길을 찾게 되는 것이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폭풍우가 닥쳐오며 눈보라 속에 혼자 서있다고 느낀다면 얼마나 그 시간이 힘들겠는가? 비바람을 피하고 눈보라를 피할 은신처가 반드시 필요하다. 생존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삶에 있어서 성공에 매달리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그들의 행복이라면 단단한 껍질 안쪽에서 자신만의 휴식과 행복을 찾는 삶이 더 맞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크게 애쓰지 않고 심지어 남보다 성공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내가 원하는 나의 껍질 안에 안락하게 머물 수 있다면 우리는 밖에서 아무리 폭풍이 몰아쳐도 안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든 지, 무엇을 소비하는지 나에겐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어떻게 떠들든지 간에 나는 나만의 껍질 속에 잘 머물고 있는 것이다. 아늑한 그곳에서 잘 쉬고 적당한 때 다시 세상에 나설 것이다. 

그러니 날 걱정하지도 마시고 귀찮게도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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