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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Nov 19. 2024

숨겨진 다정함

점점 추워지고 있어요

사실 우리는 모두 처음부터 다정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남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은 그들에게 참견을 하거나 잔소리를 하려는 마음이 먼저가 아닌 그 사람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시작이었을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싫어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을 경험하지 않았던 그때의 다정함으로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자연스럽게 포함시켰을 것이다. 낯섦에 대한 불안으로 두려운 마음이 큰 사람들에게 다정한 마음으로 따뜻하게 안아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늘 그런 상냥함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냥 따뜻한 온기에 이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성공과 잘됨을 질시 없는 마음으로 함께 기뻐하는 것이 조금은 힘든 일일지 몰라도 다른 사람이 가진 아픔에 있어서 만큼은 늘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진정일 것이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곧 나의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빠른 길이 됨을 깨닫고 있지 못하더라도 그래도 다른 이들에게 친절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다정한 마음만은 자신 속에 있는 상처만큼이나 사실일 것이다. 사실 삶에 있어서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란 것이 그리 떳떳한 태도가 아님을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자신의 다정함이 다른 사람에게 있어 어떻게 보일지, 실례가 되지 않을지, 혹은 자신의 다정함이 충분하지 않을 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깊은 까닭일 뿐일 것이다.


다정함의 온도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마음은 따뜻하지만 손을 잡아줄 용기가 없는 수줍은 따뜻함은 사람들의 내면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불의와 상처가 가득한 사회와 지긋지긋하고 끈질긴 인간관계로 인해 세상과 단절되고 싶은 사람일지라도 다정함이 가진 따스함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혼자서 살아가길 아무리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세상에서 혼자서는 살아갈 방법이 없다. 과거에 비해 편리함만은 늘어가는 풍요로운 세상이지만 사람들과의 따스함을 나눌 수 있는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쌀쌀하고 차가운 바람이 사람들의 사이를 비집고 사정없이 지나가 버린다. 낮은 온도만큼 맞잡은 손이 주는 따뜻함을 크게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언젠가 이 손을 놓아버리는 날이, 혹은 필요 없다고 생각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사람의 앞날은 모르는 일이기에) 따뜻한 온기만큼은 경험 속에 기억될 것만은 확실하다. 행복하고 좋았던 날들에 대한 기억은 오랜 시간을 이겨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가진 다정함은 누군가에게 전해져 오래도록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줄 수도 있다.


겨울은 따뜻함을 나누기에 참으로 알맞은 계절이기도 하다. 추위를 너무도 싫어하는 나이지만 아이를 꼭 안아주기에는 더운 여름보다 겨울이 좋다. 추운 날씨일 수록 약간의 온기만으로도 따뜻함이 효과적으로 잘 전달된다. 혐오와 증오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인간 내면 어딘가에 숨겨둔 다정함이 주는 따뜻함일지도 모르겠다. 정의나 평등, 불공평, 존중과 인정, 용서는 어느 한쪽의 이론이 조금 더 옳다는 결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의 사회는 올바른 사람들과 약간은 부족한 사람들, 더 많은 악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으로는 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서 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다정함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대이다. 추위로 인해 얼어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이 있다. 우리라는 따뜻한 포옹을 더욱 크게 만들어 얼어 죽을 것만 같은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다면 안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우리 사이에서 잠든 아이

뒹굴고 있는 개들과,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무리.

이리 들어와.

너는 이제 안전해.

<따뜻함은 따뜻해/닐 게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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