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불행은 끝이 있다.
언젠가 통과할 시간이란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 시간은 아직 너무나 멀게 느껴지고 현재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하여 발밑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시야가 좁아져 있음을 문득 느낄 때마다 좀 더 큰 그림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다시금 바로 해결해야 하는 바로 앞의 일에 집중하면서 시간을 보내왔니다. 이렇게 현재의 문제만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것에 지쳐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되는지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시야를 넓게 가지라는 말,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말은 현재 자신의 상황을 몰라서 하는 답답한 소리처럼 들릴 뿐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이제 와서 생각 보니 그 말이 맞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재 모든 일이 평온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좁은 바늘구멍과 같은 상황만을 지켜본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나아지는 거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겪어야 될 일들은 자신이 아무리 피하려고 용을 쓴다고 해서 피해 지지 않습니다. 차라리 그냥 놔두면 저절로 괜찮아질 수 있었던 일이 오히려 더 꼬여버리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경험해 왔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너무 많이 한꺼번에 닥쳐 자신의 몸 위로 쏟아지게 되면 먼저 그 짐들을 다른 곳에 내려놓아야 비로소 문제들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문제들 속에 파묻혀 있게 되면 자신도, 문제도 제대로 볼 수가 없습니다. 현재 느끼고 있는 두려움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늘 생각하게 됩니다. 이를 외면하고 닥친 문제들,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것들의 힘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감정들과 상황들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혼자만의 불행에 빠져 계속 불안과 괴로움을 외면하는데 온 힘을 다 쓰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한 발짝만 뒤로 물러나 문제를 보게 되면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다른 면들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시야가 넓어질수록 문제라 생각했던 것들의 크기는 점점 작아집니다. 넓었던 강물은 시냇물이 되어버리고 넘기 어려웠던 산등성이는 작은 봉우리로 바뀌게 됩니다.
아마도 나이를 먹는 만큼 세상을 보는 방법이 조금은 달라지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중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자신의 불행한 삶이 사실은 조금씩 변해왔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두렵기만 했던 삶의 무게 속에 행복할 수 있었던 순간들이 숨어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에도 불안과 두려움이 여전히 숨 쉬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지만 이런 생활 속에서도 기쁜 일이 있고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이 있는 것입니다. 그냥 불행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즐거운 순간을 조금 더 즐길 수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조금 더 그러한 순간들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은 뜻대로 되는 것 하나 없고 언제나 정의롭지 않은 것들이 승리하는 것만 같으며 삶의 대부분은 운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에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도 때로는 큰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가 서로를 가엾게 여기고 다정하게 대하지 않는다면 이 거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좌충우돌하면서 여기저기 뿌려놓은 자신의 행적들이 언젠가는 마침대 서로서로 이어져 지금은 알 수 없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눈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