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살의 도전
몇 년 동안 벼르던 일이었습니다. 다시 일을 해야 할까, 말까 수천 번을 망설이고 수백 번 마음을 고쳐먹은 뒤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아서 도전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누군가는 이제까지의 꾸준히 쌓아온 경력으로 정점을 찍고 있는 시간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신입으로 밑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시간입니다.
열악하기로 유명한 분야에서 돈보다는 일을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기로 하였지만 첫 출근을 앞두고 두려운 마음이 점점 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꾸만 일하지 말아야 할 변명거리를 찾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모든 상황들 역시 내가 진짜로 원하던 것이 맞는지 의심하게 만듭니다. 주변 사람들도 굳이 쉴 나이에 무얼 바라고 일하느냐고 말합니다.
아픈 아이나 잘 돌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나는 일을 해야 하는 걸까요? 돈을 벌기 위해서? 그것도 물론 이유 중 하나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젊었을 적에 높은 연봉은 사실 일하는 이유의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많지 않았습니다. 조금도 손해 보고 싶지 않았고 진상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받고 있는 돈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져 직장에 다니는 것이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내가 밖으로 나가 일하려는 것이 나 자신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납득해야만 했습니다. 오랜 시간 나를 사회로부터 떨어뜨렸다고 해서 그 시간이 불행했던 것은 아니지만 혼자의 세상에서 한 걸음 나아가 나 자신의 쓸모를 찾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의 부모라는 위치 말고 스스로 노력해서 쟁취한 사회적 이름(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진상은 두렵습니다.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불안합니다. 사회적 스킬들을 아무리 많이 갖추고 있다고 하여도 인간관계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은 스킬보다는 성격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소심하고 겁 많은 사람이 그럼에도 사회에 다시 발을 뻗어보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조금 깨달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출근 전 온갖 일어나지 않은 상상으로 두려움과 불안이 있는 대로 커지고 있습니다. 차라리 사회생활을 전혀 몰랐다면 모를까,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대충은 짐작되기 때문인지 선택을 뒤엎고 싶은 마음의 크기는 출근날이 다가옴에 따라 점점 더 커지고 절정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 나이쯤 되면 세상일에 놀라지 않고 능숙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세상은 정말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만을 깨닫게 합니다.
여전히 사는 게 힘들고 미숙하여 부끄럽습니다. 세상을 이만큼 살았음에도 정작 잘 아는 게 없는 것 같아 자꾸만 마음이 쪼그라듭니다. 아무도 응원하지 않는 나의 출근이지만(아이도 싫어해요) 나만이라도 두려움에 떠는 나 자신을 다독여주고 싶습니다. 그 누구 때문이 아니라 세상에서 도전하고 싶은 여러 일들 중 하나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실패하더라도 그래도 난 노력했으니까, 도전했으니까 후회는 하지 않으리라 쉽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출근 전인데도 벌써 두려움과 불안으로 잠식당할 지경입니다. 하지만 결국 대부분 걱정하는 일들이 그렇듯이 괜찮을 것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멀리, 오래갈 수 있듯이 이번엔 좀 더 오래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내일의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잠도 푹 잘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 중이신 많은 분들,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우리 잘 이겨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