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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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겨드랑이가 푸드덕거려 걷습니다
커다란 날개가 부끄러워 걷습니다
세 든 집이 몸보다 작아서 걷습니다
비가 오면 내 젖은 두 손이 무한대 무한대
죽으려고 몸을 숨기러 가던 저 새가
나를 돌아보던 순간
여기는 서울인데
여기는 숨을 곳이 없는데
제발 나를 떠밀어주세요
쓸쓸한 눈빛처럼
공중을 헤매는 새에게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고
들어오면 때리겠다고
제발 떠벌리지 마세요
저 새는 땅에서 내동댕이 쳐져
공중에 있답니다
사실 이 소리는 빗소리가 아닙니다
내 하이힐이 아스팔트를 두드리는 소리입니다
오늘 밤 나는
이 화장실밖에는 숨을 곳이 없어요
물이 나오는 곳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나를 위로해 주는 곳
나는 여기서 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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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환상통/김혜순
무엇이 이토록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지 사실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빚진 게 얼마나 많길래 아직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이와 손잡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 행복을 이제야 깨닫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아이와 함께 길 위에서 헤매던 시간들이 무섭기만 했습니다. 길 위에는 우리 두 사람만 존재하였던 것처럼 외로웠습니다. 나만을 오로지 의지하는 아이를 보며 도대체 어디로 가야 아이와 내가 행복하고 안전할 수 있는지 계속해서 찾아다녔습니다.
집은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아이와 나를 위해 마련된 어떤 다른 공간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뒤돌아 생각해 보니 그 시간이 더 행복할 수 있었던 시간임을 깨닫고 있습니다. 그때 행복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음에 또 후회를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지금껏 나는 나와 아이만을 생각하고 산 것이 부끄럽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와 아이를 언제 공격할지 모른다는 생각과 그런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상처받지 말자는 다짐으로 마음을 굳게 했던 시간뿐이었습니다. 그저 상처받기 싫어서 아이와 나를 위해 단단한 성벽을 쌓았습니다.
더 넓게 보지 못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하지도 못했습니다. 사실은 날아갈 수 있을 만한 날개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바라보는 시선을 견딜 수가 없어 숨어버렸습니다. 날개는 쓸모를 잃어 퇴화되어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오늘에서야 날고 싶어 졌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두 발로 걸어가야만 하고 나는 나대로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 길에 고통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야 과거의 행복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집니다. 지금은 같이 산책할 수 있는 여유있는 시간이 너무도 귀하게 여겨집니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내가 후회할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단단히 쌓아 올렸던 성벽을 다시 내려놓고 고통과 힘듦이 있는 세상으로 다시 나아가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이 사실 행복할 수 있는데 괴로워하는 실수를 지금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를 둘러쌓고 있었던 담이 사라지고 나면 이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 또다시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게 될 것만 같기도 합니다.
슬픈 시간이든, 고통스러운 시간이든 시간은 흘러가기 마련이고 어쩌면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나에게 덜 미안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행복을 그 시간에 맞게 느낀다는 것은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그래도 행복을 포기하지 않고 그곳을 찾아 날아가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