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배가 고픈 이유일까요?
일 년 365일, 철이 들고 나서부터 계속 포기하지 못하고 해마다, 달마다, 매일 결심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다이어트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금방 늘어나고 빠지지 않는 몸무게로 몸이 힘들어지다 보니 예쁘고 날씬한 몸을 원한다기보다는(젊었을 땐 그랬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아프고 무겁지 않은 몸이길 바랄 뿐입니다. 조금씩 먹으려고 양도 조절하는 등 많이 절제한다고 하는데도 생각만큼 몸무게가 줄지 않아 힘듭니다. 또한 배가 딱히 고프지 않는데도 왜 하루에도 몇 번씩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참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언제부터인가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기만 합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습득할 수 있었던 부분도 몇 번의 시행착오나 버벅거림이 있어야만 간신히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나도 이제 늙은 것인가?' 란 생각이 들어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이 들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 세상에서 뒤떨어지지 않고 끝자락이라도 잡고 뒤쫓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내지는 미련, 또는 여전한 노력을 이어갑니다. 아직은 살아갈 날들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평균수명에 따르면) 여기서 낙오되면 끝인 것 같다는 위기감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나도 나만의 책을 가질 수 있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부끄러운 글들을 끄적이는 것도 어쩌면 세상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은 너무나 쉽게 해내고 자연스럽게 하는 일들이 더 많이 애써야만 겨우 가능한 현실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그 힘듦을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않도록 꾸미는 것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정작 아무것도 아닌 부분에 있어서 마치 이런 것쯤은 이미 익숙하다는 듯 보이길 원하는 행동을 하며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든 부분이 저에게 다가와 마음이 허기짐을 느끼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딱히 배가 고프지 않음에도 계속해서 무언가 속에 넣어주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은 내 안에 채워지지 않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어쩌면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 마음이 외부로 표출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왜 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 자신을 싫어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 가정 안에서도 늘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있어서 배우자나 부모, 자녀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더 크고, 더 무거운 문제들이 있습니다. 나에게 벌어질 온갖 나쁜 일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것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방법을 찾아봅니다. 그러나 이미 세상에서 많이 뒤떨어져 있는 나는 해결할 방법 따윈 알지도 못하고 세상을 쫓아갈 능력도 없습니다.
두려움은 자신을 싫어하게 만듭니다. 한평생 한 다이어트의 속을 들여다보면 현재의 내 모습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살면 살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지는 요즘 두려움과 공허로 인해 더 배가 고픈 것 같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은 거칠고 날카롭기만 한 세상에 상처받고 있습니다. 분명 나의 환경은 어릴 때보다는 나아진 것이 맞는데 여전히 마음속 공허감은 채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정함이 세상을 구한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두렵고 불안한 세상에 누군가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준다면 힘들고 어려운 이 세상이 한 결 따뜻하게, 조금은 두렵지 않은 세상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공허하고 두려운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 냉장고를 자꾸만 열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사람들에게라도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이 나에게는 어쩌면 더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실수투성이의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인내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져 봅니다. 그리고 내일은 운전할 때 화내지 말고 양보해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