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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빌런인가

새로운 오피스 빌런의 출현

by zejebell

출근하면서 업무를 파악하고 새롭게 배우는 과정은 무척이나 눈치 보이고 부담스러우며 자신감이 떨어지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 시간은 대부분의 신입 직원들이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순간이며 직장생활을 적응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이 시간을 제대로 통과하게 되면 일을 배우게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기술을 배우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상사나 동료들에 대해 실망하게 되거나 회사 자체에 실망하여 계속 일할 것인지 아닌지 고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직장생활을 했었을 때와 요즘의 직장생활 문화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잘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찾아보며 알아보기도 했는데 그러한 예들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은 이해가 가기도 하였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 역시 있었습니다. 나는 배려라고 생각하고 했던 행동들이 다른 직원에게는 자신에 대한 쓸데없는 관심을 가지고 직장생활에서의 행동을 기억하였다는 부분에 있어서 소름 끼쳐한다는 것이나 새로운 직원이 빨리 업무에 적응해야 자신의 일 역시 조금은 가벼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업무에 대한 지식 등을 나누려 하지 않는 것, 전화통화나 이메일보다는 카톡과 같은 톡으로 주로 소통하길 원하는 등입니다.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무심코 몸에 배어있는 구문화의 습관들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기분 나쁘게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역시 새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일 자체보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인 것 같습니다. 일일이 수첩에 적어가면서 일을 빠르게 숙지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돌아서면 또다시 기억이 안나는 제 머리는 마음과 어찌 이렇게 따로 인지 집에 와서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반성하지만 역시 시간이 흐르지 않고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이렇게 수첩에 두서없이 적은 일들은 시간이 될 때 문서로 다시 작성하여 매뉴얼로 만들고 있습니다. 나는 매뉴얼 없이 구두로, 일이 떨어질 때마다 그때그때 주먹구구식으로 배우고 있지만 나 다음에 들어올 신입을 위해 정리하고자 합니다. 만일 다음 신입이 들어온다면 저는 제가 정리한 업무 매뉴얼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업무 교육에 대한 효율을 높이고 쓸데없이 자신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일 없이 빠르게 업무 능력을 향상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 대해 다른 교육관을 가진 동료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은 자존감을 버리고 힘들게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오래 기억이 남고 가르쳐주는 사람을 쉽게 생각하지 않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현재로서는 뭐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직장에 있어서 더 효율적이고 좋은 방법인지 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저 역시 신입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업무 흐름을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두 번 정도의 (사실 더 많을 수도 있지만 제가 인지한 부분은 두 번이라 했을 때) 실수를 저질러 동료들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동료들이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새로운 빌런을 보는 듯 한 느낌을 받았을 때였습니다. 절대 일부러 실수한 척한 것도 아니었고 제 속을 뒤집어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미안하다는 표현을 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지만 그날 스스로 제 자신이 동료들에게 빌런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저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그날 동료들의 신뢰를 잃어버렸을까 봐 걱정에 잠을 자기 어려웠습니다. 앞으로 직장생활이 순탄치 않을 것 같다는 느낌에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원치 않는 새로운 오피스 빌런으로 찍히게 되는 것에 속상했습니다. 진짜 내가 빌런인 걸까요? 아마도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질문을 스스로 해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일부러 그랬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업무를 잘하지 못해서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점은 어찌 되었는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이 부분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 억울한 마음도 없지 않아 있지만 어찌 되었든 빨리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제 몫이 맞는 것입니다.


내가 맡은 업무를 문제없이 해결하게 되면 미안한 마음을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될 것이고 크게 부딪칠 일이 없을 것입니다. 물론 업무란 것은 서로의 관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할 것이겠지만 우선적으로는 실력을 키우는 것이 먼저일 것입니다. 처음의 이 미안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물론 초짜라 그럴 수도 있지만 돈을 받고 일하는 직장에서 그럴 수 있음이 통용되지 않음을, 그런 변명은 비겁한 일이란 것을 이미 오래전에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예전의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실수들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 끼우려고 늘 긴장하고 있고 마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업무의 잘못에 있어서 원인이 되지 말아야 하겠지만 잘못하지 않고도 원인으로 지목받지 않도록 잘 행동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다음 출근날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일에 대한 부분에 있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였습니다. 그들이 날 빌런으로 계속 여길지 말지는 그들의 몫이 되었고 전 열심히 일하여 빨리 이곳에서 제 자리를 만드는데 집중하기로 하였습니다. 일이 불리하거나 힘들다고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직장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동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나의 성품이 망가지지 않을 수 있게 지켜나가도록 노력하기로 하였습니다. 바로 그것이 직장생활에 있어서 빌런이 되지 않고 스스로 자존감을 지켜나가는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생각하기와 생각하지 않기, 현실에 대한 책임감과 책임 회피 사이에서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면서 자기가 어떤 부류의 인간인지 감을 잡아간다. 이런 선택들을 우리는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선택들은 정신 깊 곳에 쌓이는데, 그렇게 쌓인 결과가 바로 우리가 자존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자존감은 스스로 손에 넣는 명성인 셈이다.

<자존감의 여섯 기등/너세니얼 브랜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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