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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망가뜨리지 않는 법

직장생활에 있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

by zejebell

예전의 직장생활을 돌이켜보면 스스로가 가진 기준을 지키지 못하고 이리저리 상황에 휩쓸리면서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도 못하고 자신도 만족스럽지 않은,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수치심, 또는 자기혐오, 무능력함 등으로 인해 직장생활이 너무나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너무나 어렸고 사회생활에 대한 경험이 적었으며 직장상사, 선배들에 대한 어리석은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알려주는 사회생활이 마치 세상에 전부인 양 받아들였던 순진함은 그들의 잘못이라고 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직장생활에 대한 기준을 세우지 않음으로 그들의 기준을 무조건 받아들인 스스로의 잘못과 언제나 그렇듯이 어떤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이고자 할 때 자신이 검증해야 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힘들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부분은 내가 어떠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과 달리 직쟁생활에서의 자신은 너무나 형편없고, 약하고, 거짓되고, 부끄러운 모습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어떨 결에 자신의 책임을 줄여보기 위한 행동일 뿐이었는데 차츰 그것이 직장생활의 일부분처럼 익숙해져 가게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더 이상 친절하게 되지 않으며 무감각하고 메말라가는 모습으로 변해가게 되면서 스스로 얼마나 형편없는 인간인지 깨달아가는 과정은 정말 외면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약간의 거짓말과 자만심,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 대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누군가를 누르고 싶은 마음 등은 다른 사람들은 모를지라도 나 자신만큼은 얼마나 최악의 모습인지 속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을 점점 자신의 진짜 모습이라고 받아들이게 되면 스스로에 대한 불신감을 가지게 되고 자존감은 형편없이 쪼그라들게 됩니다.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이렇게 다른 사람의 비위나 맞추면서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면서 다들 그렇게 산다고 합리화를 해보지만 모두가 그렇게 사는 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상황과 비교해 보았을 때 나의 현실은 늘 시궁창처럼 보여 괴로웠습니다. 나만이 잘못된 선택에 대한 결과를 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반짝반짝 빛나보이는 사람들에 비해 능력도 하찮아 보이고 미래도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 나의 직장생활은 더욱 암울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늘 못된 상사만을 만나게 되는 우연과 나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동료들, 뭐라도 약점 잡아 하나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은 거래처, 고객들까지 모두 잘못된 나의 직장생활에 원인인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어느 정도는 맞는 현실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직장생활을 지옥처럼 만들고 나 스스로를 가치 없는 인간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 어떤 기준도 없이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제대로 배우지도 못함으로써(어쩌면 그냥 환경에 휩쓸리고 변화할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불합리하고 부당한 상황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그저 시류에 몸을 맡김으로써 잘 따라가고 있다고만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한 물결이 얼마나 오염되고 있고 나를 망가뜨리고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랐을 때 그제야 내가 잘못된 선택들을 해왔음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를 얼마나 망가뜨려왔는지 깨달았습니다. 나를 지키려 하면 할수록, 손해보지 않으려고 계산할수록, 뭔가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할수록,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고 무감각하게 대할수록 내 안에서 나에 대한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자존감과 믿음(나 자신에 대한) 역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내가 망가지고 있었음에도 그때의 나는 더 높아지는 지위와 연봉으로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함에 있어서 그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에 있어서 뒤로 빼지 않고 손익에 대해서 너무 계산적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내가 이제까지 노력하여 키워왔던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게 만들어준 좋은 성품들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를 공격하고 깎아내리려 하더라도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는 작은 친절들을 베풀려고 합니다. 내 업무가 아니라고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하기보다는 도와줄 수 있는 능력 안에서는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물론,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이번에는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물론, 그럴 가능성이 적은 월급쟁이이지만) 함께 즐거운 직장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당연히 호구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무례한 상사나 직장동료의 다정한 먹잇감이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부당한 일에 대해서 할 말은 할 수 있는(과연 그럴 수 있을까ㅜ.ㅠ) 용기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너무 사람을 경계하여 대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이러한 행동기준을 마련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자 한다기보다 그저 나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고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서 지켜나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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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용감하게, 그러나 슬퍼하지 말고

새로운 단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이별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만 한다.


<생의 계단 중/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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