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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꼬리를 잘라야 할 때

생각을 잠시 쉴 필요도 있어요.

by zejebell

목적이란 무언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가 되어 줍니다. 목적이 분명할수록 힘든 일과 시간을 견디는 데 있어 보다 도움이 됩니다. 저에게는 일을 다시 시작하는 데 있어서 분명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경제적 자립을 이루는 것과 그동안 단절되었던 생활을 끊고 다시 사회적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어떠한 이유가 있던지 간에 사람은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는 데 있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인생에 있어 선택의 여지가 많아지고 당당할 수 있게 됩니다. 반대고 누군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된다면(물론 다른 여러 이유로 인해 그럴 수밖에 없을지라도) 삶에 불안정함은 조금 혹은 많이 증가하게 됩니다.


저 역시 어쩔 수 없는 이유들로, 혹은 약간의 의지도 들어갔다고도 볼 수 있는 고립된 생활의 나날들이었습니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에는 물론 이렇게 오랜 시간 쉬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남들처럼 아이를 키워놓고 나면 적당한 때에 다시 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여러 번 목표를 세우고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인생은 사람이 세워놓은 목표나 계획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쉽게 무너뜨리고 다른 문제들을 가져왔습니다. 가족 이외에는 혹은, 그 가족마저 멀어지게 되는 시간 속에서 철저히 고립적인 삶의 태도를 취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도 있겠습니다.


괴로웠던 시간 속에서 할 수 있던 것이라고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생각의 변화와 방향성이었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다른 사람과 연관시키지 말고 스스로 이룰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마침내 하게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시간과 공간을 나누고 즐거운 일들을 하고 싶지만, 그리고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 아직도 여기고 있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그냥 행복을 느낄 줄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목적이 정해졌습니다. 스스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 어떤 것에서도 보다 독립적인 사람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좀 더 넓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일하는 것에 있어서도 약간의 욕심을 부렸습니다. 젊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돈만을 쫒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일할 때 스트레스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사회생활에 있어서 인간관계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날 수 있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사회생활이 시작되고 나서 정신없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정해진 일과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자잘하고도 무수한 사건들은 아직 신입인 제가 쫓아가기 버겁게 여겨집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또다시 정신없이 집안일을 마치고 침대에 누우고 나면 자신이 생각한 게 맞는지 곱씹어 보게 됩니다. 업무를 배우고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 있어서 과연 앞으로 잘할 수 있는지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듭니다. 또한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지적당하고 나서의 약간의 의기소침한 마음, 떨어지는 자신감, 수습하기 어려운 실수에 대한 걱정 등으로 여러 생각이 들게 됩니다.


오히려 이런 때 생각은 독이 됩니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마음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해야 될 때 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배우는 데 있어서 실수할 것이 두려워 다음으로 계속 미루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빠르게 실수하고 다시 배우는 일을 잘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과정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판단 등에 휘둘리지 않기도 힘들고 스스로 부정적인 생각에 자신을 괴롭히지 않기도 힘듭니다. 저는 이 과정에 있습니다. 하루는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실수를 덜해 행복하고 어떤 하루는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져 괴롭습니다.


일상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이 고되야 쓸데없는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사람이 성장하는 데 있어 생각은 중요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 보자면 생각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끊임없는 생각의 길 위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면 처음 자신이 의도하고 원했던 길에서 한참을 벗어나 전혀 다른 곳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에만 갇혀서 그것만을 따라가다 보면 원치 않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일을 배우는 데에도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도, 그리고 인간관계에서도 이러한 '깊고 과도한' 생각은 결국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의도와는 다르게 일을 망처 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삶과 자아를 끝없이 고찰하는 일은 우리를 괴롭게 한다. 일단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고 자기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다. 원래 우리 뇌는 문제를 해결하고 상황을 더 분명하게 이해하도록 돕지만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정반대로 움직인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기질은 기분을 불쾌하게 할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면 할수록 생각은 증폭되고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칠 리 없다.

<생각 중독/닉 트렌턴>



어차피 겪어내어야 할 시간이라면 생각보다는 해야 될 일들을 하면서 움직이는 편이 자신에게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도망치지 않고 불안을 덜 느끼도록 하는 것은 생각을 멈추는 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현재 불안으로 인해 걱정을 하고 있는 제가 가장 먼저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누워서 오늘 제가 했던 가장 잘했던 일을 떠올립니다. 가장 기분 좋았던 일만을 생각하며 잠들려고 노력합니다. 언젠가는 과거에 그랬듯이 목표했던 단계의 전문가가 될 날을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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