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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들이 만나 선

과거에 쓸모없게 여겨졌던 것들의 의미

by zejebell

지금 되돌아보면 참으로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해온 시간이었습니다. 나에게 일어난 많은 일들, 내가 했던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일들은 각각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정말 일도 보이지 않는 그런 일들 뿐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들은 조언들 중에는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해왔던 일들과 앞으로 할 일들이 같은 연장선에 있으면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당연히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으나 현실적으로 그러한 일들을 또는 배움을, 경험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컸습니다.


따라서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당장의 눈앞에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무언가를 해왔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과거 어떤 일들을 선택하여야만 할 때 그 당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신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뿐이었습니다. 이는 그때로 돌아가 보더라도 어쩔 수밖에 없는 결정이기도 했고 어쩌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그다음의 문제들은 나중에 닥치면 생각하자고 미루었습니다. 그때에 있어서 선택 하나하나는 모두 절박하고 인생이 걸린 것처럼 크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러한 나의 발자취들은 서로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으로 그 어떤 우연으로라도 관계가 지어질 것이라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어릴 때 무질서하게 세웠던 장난감 블록들처럼 어느 것 하나가 쓰러지더라도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기에 영향을 미칠 것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연관성 없는 삶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매번 새롭게 시작하는 삶에 있어서도 너무나 지치고 힘들어 도대체 이렇게 중구난방인 인생의 길이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가만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무수한 크고 작은 도전들과 실패들, 그중에 몇 안 되는 작고 소중한 성공들은 흰 도화지 위에 흩뿌려진 점들처럼 그 어떤 형태도 찾을 수가 없어 어떠한 의미도 갖지 못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내 삶이 그렇게 의미 없는 불규칙한 점들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를 깨닫고 나니 의미 없다고 느껴졌던 점들이 서로 연결되어 선을 이룰 수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어릴 때 호기심만으로 새로운 것을 탐구하였던 경험도, 실패라고 생각했던 직장에서의 경험도, 쓸모없다 느꼈던 무수한 인간관계들 역시 어느 순간에 쓸모 있는 것으로 변모하여 내 삶에 도움을 주는 때가 있습니다. 힘들게 꾸역꾸역 살아왔던 시간들이 그때의 생각처럼 전혀 쓸모없는 것만은 아니었음에 요즘 안도의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후회로만 가득 찬 과거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의미 없는 점들만으로 가득 찬 도화지가 아닌 선으로 연결되어 어떠한 형태로든 만들어질 수 있는 그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삶이 갑자기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를 인간 존재로 정의하고 끌어올리는 요소는 살아가면서 예상하고 희망했던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에 얼마나 용감하게 맞서느냐,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 변화하고 다시 태어나 반대편에 도달하느냐이다.

<지금의 고난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바바라 디 엔젤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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