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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용하는 너에게

알지만 도와주는 거야.

by zejebell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고 딱 내일만 하면서 지낼 수는 없습니다. 나 역시 모든 업무에 대해 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르는 것에 대해 더 잘 아는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내 업무를 차질 없이 진행시킬 수가 있고 적절한 시점에 누군가의 도움은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람들의 관계란 직장생활에서건 그 어디에서건 칼로 자르듯이 정확하게 자르기 어려운 부분인 만큼 어디까지가 적당한 선인지에 대해서는 상대방에 따라 또 다를 수 있습니다.


참으로 직장생활은 녹록지가 않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회생활에서의 인간관계가 그러할 것입니다. 일 자체가 힘든 직업도 많이 있겠지만 직장에서 얽히게 되는 인간관계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부분이 많아 더욱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대부분 직장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긴 까닭에 그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나의 직장생활은 물론 나머지 일상 역시 행복하고 평안한 시간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결코 자신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보니 철저한 복불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타고난 사람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리 어렵지 않게 잘 만들어 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까다로운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것 같고 무엇보다 곤란한 상황도 웃으면서 잘 넘길 수 있는 그 능력이 몹시 부럽기도 합니다.


자신의 업무 바운더리와 기준을 세워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나 역시 언제 그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될지 모른다는 세상적인 이치와 더불어 너무 계산적인 사람이고 싶지 않은 마음, 특히 다른 동료들과 좋은 협력관계를 통해 진행하게 되는 효율적인 업무, 그리고 사실은 험난한 직장생활에 있어서 의지할 수 있는 진짜 동료로서 관계 맺음의 필요성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의 직장에서의 위치, 혹은 태도를 어떤 수준으로 잡아야 할지 스스로 혼란스러운 것입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의 업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침해받는 것에 굉장히 민감해합니다. 사실 싫어합니다. 업무가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는 직장(서류로 작성되어 있는) 곳에서 조차 직장상사들은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지 디테일한 업무지시를 확실하게 해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작성되어 있는 서류에 쓰여있는 것 이상을 해주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이런 부분은 이해도 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서류에 나와있는 부분만 딱 할 수 있겠습니까? 무언가 플러스알파(이것은 회장, 사장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들에게 이르기까지, 직원인 나 역시 원하는)의 부분을 원하는 사람의 심리는 어디나 존재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싫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상대방이 나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뻔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해야 하는 일-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업무-이라면 그 플러스알파를 즐겁게 하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계산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그것은 엄청난 저항으로 다가와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됩니다. 나는 나의 정신건강을 해치지 않고 즐겁게 직장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내가 기꺼이 해줄 수 있는 플러스알파에 대해서 계산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기로 했습니다. 내 업무가 아니라고 계산하고 스트레스받느니 지시받기 전 먼저 해주고 이미지를 챙기자는 나름의 계산 아닌 계산이 있었습니다. 내가 마냥 이용당하는 호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마음을 이미 잘 알고 있는 계산적인 호구입니다.


조금의 손해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사실 사회생활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오히려 평소 업무에 도움을 주면서 그들에게 빚을 지워놓는 것도 사회생활에 있어서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동료들이라면 물론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당연히 고마움을 느낄 것입니다. 클라이언트 역시 단순히 자신이 똑똑하여 상대를 이용하고 있고 상대가 그걸 모른다고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가 멍청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사람은 곧 사라질 것이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용당하는 것이 아닌 내가 베푸는 것이란 관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나와 상대방이 모두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배려 깊은 행동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나의 품격을 높여주고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작은 일에 너무 연연하지 않길 바랍니다. 계산적인 태도는 상대방도 계산적으로 만듭니다. 누군가에게 베푼 일은 언젠가 돌고 돌아 예상치 못한 순간 큰 결과로, 혹은 도움으로 돌아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혹, 안 돌아온다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베푼 일은 자신의 자존감을 올려줍니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더 얻기 위해 머리를 쓰는 사람이기보다는 도움을 베푸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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