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있을 때

인생은 기다림...

by zejebell



그건 시간문제

- 나태주


너는 세상이 좋아서

세상에 온 아이


사람을 좋아하고

꽃을 좋아하고

맑은 하늘 구름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아이


기다리렴

조금만 더 기다리렴


조금만 더 기다리면서

사람을 좋아하고

꽃을 좋아하고

맑은 하늘 구름을 좋아하렴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렴


그러다 보면

세상이 너를 사랑하고

꽃이 너를 사랑하고


하늘과 구름과 여행이 너를

사랑해 줄 거야


그건 시간문제야

암 시간문제고 말고

너 같은 아이를 사랑해주지 않고

누구를 사랑해 주겠니.



살다 보면 잠시 기다려야만 하는 시간들이 종종 오기 마련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짧게,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기다림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시간들은 너무나 힘들고 간절해 세상이 날 버린듯하고 어째서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는지 이해할 수도 없어 좌절하게 되기도 합니다.


죽을 것만 같은 그런 시간들이 흐르고 나서 뒤돌아보게 되면 또 그냥저냥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깨닫게 됩니다. 과거에 어떤 시간에서 왜 나는 이렇게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면서 괴로워만 했는지 도대체 왜 나는 이렇게 힘든 세상에 태어났는지 혼란스러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나에게 시인은 이 세상을 좋아해서 태어난 아이라 가만히 말해줍니다. 세상이 날 미워한다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오히려 내가 세상을 좋아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어렸을 적에는 세상이 아름답게만 느껴졌었음이 떠올랐습니다. 봄날의 장미도, 나비와 벌들도 푸른 잔디와 소나기 내리던 여름날, 눈이 오던 추운 겨울날 할머니댁에서 군고구마를 먹었던 기억도 났습니다. 그때도 세상은 나에게 친절하지 않았지만 어렸던 나는 그런 것에 별로 개의치 않아 했었던 것 같습니다. 누가 나에게 뭐라 해도 그때 좋아하던 것들을 찾아 즐겁게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좋아하던 아이였었는데 어느 순간 세상의 악의와 미움이 더는 견딜 수 없어 같이 미워하기로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행동들과 생각은 결코 나 자신을 편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았습니다. 더 이상의 기다림도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세상의 사랑도 바라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방어해야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심리적 회피, 도망은 어렸을 때처럼 세상에서 행복을 더 이상 찾을 수 없다는 절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절망은 원망이 되고 아무것도 기대하는 게 없다면 상처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세상이 이제 날 사랑하기 시작하는 것인지 조금의 기대가 생길 때마다 여지없이 무너지는 현실들은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고 좋은 일들도 나쁜 일들의 전조증상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처럼 살아가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사는 것이 스스로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마치 나에게 빚진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유아틱 하고 성숙하지 못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내가 누군가의 세상이 되어 사랑을 주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어쩌면 나의 성장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볼 수 있게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세상이 날 미워했다고 생각했었던 그 순간에도,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꼈던 때에도 그것은 내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현재의 깨달음이 또 시간이 지나면 의심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것은 시인의 말처럼 그것은 시간문제일 뿐 사랑받고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선택은 여전히 내 앞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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