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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Aug 18. 2022

공감할 수 있는 마음

사람마다 크기가 달라요

 기본적으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생각한다. 아니 온전히 까지는 아니더라도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협소할 수밖에 없다. 본능적으로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점을 보이는 무리에 더욱 강한 공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와 비슷한 무리보다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훨씬 많이 존재한다.



  "우리는 적을 미워하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무시하며, 우리와 다른 생김새의 사람을 역겨워하며 진화해왔다. 인간들은 공동체 내에서는 대체로 협동적이지만 낯선 이들에게는 전혀 다른 동물이 된다."

                                                                                   <프란스 드 발/영장류 동물학자>



인간이 자신과 비슷하지 않은 것을 적대시하며 진화해 온 것에는 나름의 생존 전략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화의 과정이  '문명화된' 사회라고 생각되는 오늘날에는 오히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진화'에는 어떤 거대한 장벽이 되어버린 느낌을 준다. 세상은 점점 발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인간은 오히려 그 관계에 있어서 더 외로워지고 있고 스스로 고립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더 가까워진 듯하면서도 멀어지고 있다. 그것은 가까이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차마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인터넷 상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과 그들의 격려를 받는 것으로 위로받으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관계는 일회성일 가능성이 많고 오프라인 세상에서 서로 만날 일은 더더욱 없어 보인다.) 어쩌면 그렇기에  익명성에 기대어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편한 것일 수도 있다.



너라도 있어 다행이야.




고대 그리스에 속담에 "네 친구를 보여주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있다."는 말처럼 나에 대해 알려 줄 우리의 친구들은 SNS상에서 '좋아요'를 눌러주는 그들이 아니다. 시간을 같이 쌓으며 같은 과거의 같은 시간 속에 존재하는 나와 그들은 친구이다. 특별히 그들 중에 서로의 상황을 공감할 수 있는 관계를 가진 친구가 있다면 그것은 인행에 있어 축복이다.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친구가 없고, 고립되어 있고, 가난하며, 분노에 차있는 그런 사람들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친구가 있다고 해서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한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괴로움을 공감해줄 친구가 필요하다. 


'다정도 병'이라는 옛말은 정말 옛말이 되었다.



"공감은 상상력을 발휘해 다른 사람의 처지에 서보고, 다른 사람의 느낌과 시각을 이해하며, 그렇게 이해한 내용을 활용해 당신의 행동지침으로 삼는 기술이다."    <공감하는 능력/로먼 크르즈나릭/더퀘스트>




외롭고 고립된 사회에서의 개인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현대 사회에서 전염병처럼 번지는 우울증은 그래서 더욱 우울하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아무리 옆에서 조언을 해도 그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차라리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관심만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 그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은 꼭 염두에 둬야 한다. 오래된 병에는 누구나 지친다. 같이 사는 가족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매일 우울한 친구를 보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적당한 거리에서 언제나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줄 준비를 하고 있음을 가끔 알려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공감도 되지 않으면서 건네지는 세상의 진리 같은 조언들은 우울의 벼랑 끝에 서 있는 그들을 밀어 머리는 것과 같다. 상황에 맞지 않는 선의의 말 한마디는 우울증을 더욱더 참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우리는 우리를 판단하는 심판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울함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 필요할 뿐이다. 그것은 스스로도 그러하다. 나 자신도 스스로를 심판해서는 안 된다. 아프고 힘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고 그 마음을 공감해 줘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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