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jebell Jan 16. 2023

가족 같아서 하는 말인데...

동생 혹은 형, 누나, 언니 등등

의외로 직장에서 아직도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에서 가족 같아서 하는 말이라는 조언 아닌 조언, 혹은 행동, 또는 요구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나? 난 겁이 난다. '이 사람은 나에게 뭘 원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되거나 아니면 괜찮은 직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뒤통수치는 말을 듣게 된다고 당장 그만두고 나올 수는 없다. 물론, 진짜 진짜 내가 가족같이 생각되어서 얘기할 때도 있겠지만 보통 그럴 땐 뒤에서 알게 모르게 챙겨주지 않을까?


저런 말을 듣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신입직원이거나 새로운 직장으로 옮긴 경력직, 부하직원 혹은 자신이 무슨 부탁을 하더라도 들어줄 것 같이 생각되는 사람이다. 보통 사람은 직장에서 자신의 위치가 아직은 약자라고 느껴지거나 아랫사람이라고 생각되면 자신보다 권력이 있거나 윗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말에 본능적으로 순응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상황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을 회피하게 된다. 왜냐하면 깊게 생각하게 되면 지금의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상황에 맞는 올바른 행동을 자신이 잘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또는 그런 행동을 했을 때의 뒷감당할 자신이 없거나 그런 말을 한 사람과의 관계가 안 좋아질 것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자신을 진짜 가족처럼 대해주기 때문이라고 진심으로 믿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C라는 직원은 그저 우리 회사에 저런 사람이 있구나라는 정도만 아는 직원이었다. 회사가 있는 지역이 고향도 아니고 해서 많이 외로웠다고 한다. 그런 C직원을 동생처럼 생각이 된다며 잘 챙겨준 D라는 직원이 있었다. 유독 친절하게 챙겨주고 들리는 말에 의하면 집에도 불러서 밥도 먹이고 일도 친절하게 가르쳐 줬다고 한다. 평소 D가 그런 캐릭터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내 일도 아니고 C에게 잘해 준다니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인가 보다, 혹은 C가 진짜 동생 같은가? 정도의 생각만 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C가 갑자기 퇴사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회사에는 여러 가지 소문이 돌았는데 그것은 D 때문이었다고 한다. 친하게 지내다 무슨 약점이 잡혔는지, 아님 C가 마음이 약해서였는지, D에 대해서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C가 업무에 익숙해질 무렵부터 D의 일이 C에게 넘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점점 요구가 많아지기 시작했다고도 한다. 생일 선물을 요구하기도 하고 자기 아이의 생일이나 졸업, 입학 선물도 요구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C도 처음에는 자신에게 잘 해준 D가 고마워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면 도와주려 했을 거라 짐작이 된다. 타향에서 힘들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요즘 말이 많은 가스라이팅 같은 것일 수도 있었다. 회사에는 여러 소문이 도니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잘 알 수가 없다. 그저 C는 퇴사했고 D는 아직도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그러나 D는 겉으로는 웃으며 다니지만 사람들은 D를 피했다. 그리고 D와 잘 지내는 사람들은 여지없이 새로 들어온 사람들뿐이다. 


이런 상황은 겪어보지 않으면 정말 옆 회사의 이야기 일 수밖에 없다. 저런 상황이 얼마나 되겠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직장에서 약간의 친절로, 혹은 같이 일하는 동질감을 무기로 우리의 죄책감, 혹은 약한 마음을 자극해 자신의 편리함, 이익만을 위해 이용하는 이기적이고 못된 무리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니 알고는 있어야 당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나에게 친절한 사람에게 선을 긋기는 어렵다. 힘든 직장 생활에서 내 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무엇인지 안다. 그러나 직장에서 영원한 내편이란 있을 수 없다. 친하게 지내면 지낼수록 나의 약점 또한 그만큼 많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또한 싫은 소리를 하게 될 때가 (업무적으로) 분명히 있는데 그럴 때 더 힘들 수 있다. 직장 생활에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순 없지만 적당한 거리에서 필요한 만큼의 친절을 보이며 직장 생활을 하는 동료가 훨씬 믿음직스럽다.


<자신이 저런 말을 들었을 때 대처법>

* 가장 먼저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적당한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한다. 아무도 자신을 함부로 대할 권리가 없음을 자각한다.

* 상대방이 자신에게 했던 말과 행동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사내 메일등 업무적인 기록을 최대한 남긴다.)

* 거절할 때 사실을 근거로 한다. 하기가 힘들다면 할 말을 수첩등에 적어 연습한다. 

* 다른 사람(직원)을 관계에 더 만든다.(증인이 되어주지 못해도 나쁜 짓을 못하게 눈치는 볼 수 있게 해 준다.)


진짜 가족은 집에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가족이 아닌데 가족행세를 하는 것은 사기꾼이다.



작가의 이전글 직장에서 이미지를 만들어갈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