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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엘PD Sep 14. 2022

[Replay]

드라마, 나의 아저씨 속 가정위탁 자립준비청년의 삶

Replay는 "매체 속 가정위탁을 다시보다"의 줄임말로, 매체(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웹툰 등)에서 비춰지는 가정위탁의 모습을 통해 가정위탁에 대해 솔직히 리뷰하는 새로운 리뷰 컨텐츠 입니다.

* 이 글은 논문+드라마 내용 및 필자의 의견이 반영된 글입니다


먼저, 들어가기 앞서 이 드라마를 만들어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사실 이 드라마, 어쩐지 손이 가지 않았다. 가정위탁 자립준비청년들과 같은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 참 많이 들었다. 그래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나와 우리 자조모임 친구들 그리고 더 나아가, 가정위탁아동들이 살아온 삶을 미화하고 또 미화할까 봐, 아니면, 너무 어둡게(도움이 필요한 것처럼) 그려질까 봐, 작가분이 가정위탁인지 알 길이 없지만, 너무나 우리의 삶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잘 녹여내 주신 것 같다.


오늘도 필자의 하루는 할머니와의 전화로 시작되고, 밤에도 아주 늦지 않는다면, 할머니의 안부를 묻는 전화로 하루가 끝난다. 그리고 어떤 일을 결정해야 할 상황에는 늘 할머니를 염두한 결정을 해야 한다. "끝까지 할머니는 모셔야 하니까" 이것이 영케어러로 사는 가정위탁 아동과 가정위탁 자립준비 청년들의 기본적인 사고의 틀이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다는 말이다.


가정위탁 자립준비 청년 정의 & 현황

자립준비청년은 매년 약 2,600명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이 중 약 56% 정도가 아동복지법상의 보호 종료 연령인 18세 나이에 보호 종료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보호유형 중 가정위탁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보호 종료되는 자립준비청년의 과반수 이상이 가정위탁 보호종료 자립준비청년이 된다.

여기서 가정위탁이란? 친부모의 사정으로 친가정에서 아동을 양육할 수 없는 경우, 일정기간 위탁가정을 제공하여 아동을 보호하는 양육하는 아동복지제도이다. 흔히 부모님 없이 조모와 살거나 친인척과 사는 아이들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정부에서는 현재 가정위탁 제도를 장려하고, 위탁가정을 늘리는 쪽으로 제도의 방향성을 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보호아동이 받아야 하는 정책과 자립프로그램들은 접근성의 문제로 인해, 시설과 그룹홈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위탁 아동이 일시적이 아닌, 영구적 위탁이 되어 원가족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경우가 66% 이상이라는 점이다. 이는 보호아동 중 과반수 이상이 위탁 보호 중에 자립을 맞닥드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가정위탁이 세 가지(시설, 그룹홈, 가정위탁) 보호종료유형 자립준비청년 중에 그나마 낫다고 여기는 점은 무엇일까? 이유인즉슨, 아마도 "너희는 그래도 보호자가, 가정이 있으니까, 없는 애들보단 낫잖아"라는 점 아닐까 싶다. 이는 크나큰 착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보자!

극 중 이지안(이지은)이 위탁된 가정은 폭력을 일삼는 가정이었다. 그렇게 맞고, 또 맞고, 수차례 폭행을 당하다가 결국 그 친구의 아버지를 죽여버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은 지안과 광일에게 또다시 대물림된다. 최근에는 복잡해진 위탁부모 선정 과정 때문에 학대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주변 가정위탁 보호 종료 자조모임에 함께하고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을 통해서도 여전히 가정에서 학대를 당했다고 하는 친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 친구들에게 왜 신고하지 않았냐고 물으면, 마음 아프게도 "또 버려질까 봐, 다시 시설로 갈까 봐"라는 대답을 주었다. 버려지는 것에 트라우마가 있는 가정위탁아동들은 폭력, 학대를 당해도 묵인하고, 살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의 처지였다. 또한, 신체적 폭행이 아닌 언어폭력은 가정위탁 안에서 전에도 지금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필자 또한 조모가 힘들 때 우리에게 모질게 내뱉었던 말들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마 가정위탁 아동이라면 모두 다 위탁 부모로부터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물론 할머니도 얼마나 힘드시면 그런 말을 하실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위탁아동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아픔이고 상처가 된다.

또한, 이지안(이지은)은 정말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오전에는 회사에서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일이 끝나면 설거지 하는 아르바이트 투잡도 뛴다. 그리고 마침내 돈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나쁜 짓도 서슴치 않고 실행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안(이지은)이 그래야 했던 이유는 뭘까? 바로, 그 이유는? 나를 키워준 나의 할머니를 위해서였다. 그렇다! 가정위탁 아동들은 성인이 되면, 역 부양의 부담을 가지게 된다. 물론 부양을 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가정위탁 아동들은 역 부양의 부담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버려진 나를 거두어주신 감사한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라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할머니 커서 네가 잘 모셔야지, 너를 위해서 할머니가 어떻게 살았는데.."라는 말이다. 가정위탁 아동은 자연히 그렇게 역 부양의 부담을 어릴 적부터 계속해서 지고 살아가고 있다. 또한 동시에 조모, 친, 인척 위탁의 경우, 고령인 위탁 부모가 언젠가 나를 떠날 것(죽음)에 대한 두려움, 불안함도 혼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가정위탁아동 자립준비 어떻게 다른가?

첫째, 가정위탁 보호아동의 90% 이상이 시설보호아동, 그룹홈 같이 퇴소 절차, 보호종결 형식이 없기 때문에 자립준비 인식이 부족한 편에 속한다. 필자 또한 자립준비청년(당시에는 보호 종료 아동이라고 불렸다)이라는 것을 안 시기가 보호가 종료되는 시기에 자립정착금을 받을 때였다. 아직도 생각난다. 갑자기 할머니에게 별안간 전화가 왔고, 나라에서 500만 원을 준다고 했다. 필자는 생각했다. 지금까지 쥐뿔도 도와준 게 없는 나라에서 나에게 웬 돈 500을 줄까 필자는 가지 않으려고 했다. 사기라고 생각했다. 무슨 교육을 받고, 뭘 써야 된다는 소리는 그렇게 오해하기 충분했다. 디딤씨앗 통장이 있는지도 몰랐고, 내가 아동이라는 사실이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었다. 이와 같이 내가 나라에 보호를 받는 가정위탁아동이고, 자립준비청년이 된다는 것을 종료가 될 때 아는 위탁아동들도 적지 않다. 그런 이유는, 대부분 친, 인척, 대리 위탁의 경우, 위탁 부모가 이 사실을 위탁 아동이 상처 받을까봐 숨겨 달라고 하거나, 숨기기 때문이다. 지금은 법이 개정돼서 직접 위탁가정 아이들에게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집에 방문하고 전화 상담도 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둘째. 위탁가정 아동은 시설보호아동, 그룹홈 아동에 비해 원가족과의 관계가 단절된 경우가 많아, 원가족으로부터 자립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시설이나 그룹홈에 가는 아동들의 대부분이 부모님이 없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맡기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대부분이 위탁가정에 오게 될 때, 이혼이 31%, 별거 및 가출이 약 26%, 부나 모의 사망이 약 24%, 부모 모두 사망이 약 5% 정도 차지한다. 이는 위탁아동이 원가족과의 단절을 경험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필자 또한 이혼 가정이었고, 아버지가 날 키울 수 없는 상황에 할머니에게 맡겼고, 할머니가 당시 동사무소에 갔다가, 가정위탁 제도를 설명 듣고, 지원받았다고 들었다. 결국, 중 3이 되던 해 양육자이던 아버지도 돌아가시면서 할머니와 살게 되었다.

셋째. 위탁 아동은 개별 가정에서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폐쇄적이며 시설 보호 아동에 비해 사회적 관계망이 약하다. 즉, 자립에 대한 조언, 도움, 금전적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정보 등을 알려주는 관계망이 거의 없다. 나를 지지해주고 내가 힘들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친척들에 제한된다.


드라마에서도 박동훈(이선균)이 이지안(이지은)에게 장기요양제도를 알려주는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이지안(이지은)은 굉장히 놀란 눈으로, 박동훈(이선균)을 쳐다보는데, 박동훈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런 것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냐고.." 그리고 그 다음 장면, 국민건강보험에 장기요양등급 신청을 하러 가는 이지안(이지은), 그 상담사에 한마디! "많이 힘드셨을 텐데.. 미리 신청하지 그러셨어요" 그렇다. 정보는 찾는 만큼 내가 스스로 찾아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가정위탁 아동들도 그렇다. 센터 선생님 혹은 주변에 이런 어른들이 없고, 서비스를 알 방법이 없다면, 드라마 속 상황은 충분히 일어나고도 남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가정위탁 아동들이 자신이 수급자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실상 그 외에 받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았을 때, 가정위탁 아동이 누려야 할 다양한 혜택을 다 알고 있고,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드라마 속 이지안(이지은)이 그렇게 빠르게 철들 수밖에 없던 이유를 우리는 공감한다. 그리고 박동훈(이선균)이 가슴 쓰게 내뱉었던 말,

"상처받은 아이들은 빨리 큰다 그게 마음이 아프다"

아마 대다수의 가정위탁 아동이 많이 들어본 말일 것이다. "철들었다, 애어른이다, 다 컸네" 등의 말. 사실 필자의 상황만 빗대어보아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살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나도 나의 나이에 맞는 18세의 고민을 하고 싶었다. 내 친구들이 연애 고민을 할 때, 수학여행 장소를 고민할 때, 나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르바이트는 어떻게 구해야 할지, 구한 아르바이트와 학업 병행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의 고민을 해야 했다.  


가정위탁아동(보호유형) 자립준비 프로그램?

현재 정부에서 제공하는 자립준비지원

1) 표준화 프로그램 Ready? Action!

2) 자립체험관을 통한 단기/일회성 프로그램

3) 자립지원 전담요원을 통한 15세 이상 아동의 사례 관리

 => 이는 가정위탁이 아닌 전체 보호 유형 아동들도 받고 있는 서비스다. 그런데, 이러한 지원은 가정위탁의 폐쇄성이나 자율성으로 인해, 대규모의 양육시설을 중심으로 제공되며, 공동생활가정 및 위탁가정은 이러한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지역가정위탁지원센터의 자립지원 전담요원 수에 비해 감당해야 하는 사례 수가 많아, 보호 종료 이후에도 제대로 된 자립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얼마 전, 필자를 담당했던 기관 선생님께 여쭈어보니, 필자가 보호받을 때는 한 선생님당 250명 정도의 아이의 사례관리를 맡았었다고 하니, 알만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센터 인력 보충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한 선생님당 25명 정도의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수도권이나 서울이 아닌 지방의 경우, 아직까지도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 한 선생님당 3-4명을 관리하고 있다고 하니 25명도 여전히 적은 아동의 수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위는 자립준비청년, 국가가 ‘부모’ 심정으로 챙기겠습니다.라는 보건복지부 정책의 일부이다. 이처럼 자립준비청년이 직접 보호 아동을 찾아가는 멘토단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정위탁이나, 시설, 그룹홈 아이들 당사자들 간의 교류가 더 절실하다. 즉 지지체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연일 었던 두 건의 자살 사고, 그것으로 한국은 자립준비청년에 대해서 뜨겁게 관심을 가졌다. 필자 또한 인터뷰를 하고 오기도 했다. 인터뷰 댓글에서 그런 글을 봤다. "어떻게 그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나요? 그 방법도 알려주세요!"라는 댓글, 이 나의 아저씨 드라마 속에 그 손을 잡아주는 방법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보자!

교육학에서 가정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 원가정이 해체되면, 원가정에서 누려야 하고 느껴야 했던 모든 것을 상실하게 되고, 그것은 발달의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필자 또한 사랑과 같은 감정을 믿지 않았고, 없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나에게 잘해주는 건, 나한테 원하는 것이 있어서고, 그 원하는 것이 끝나면 그 사랑도 끝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랑을 받아 본 적도 없어서 주지도 못했다. 필자에겐 그것이 엄청나게 추상적인 감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와닿지 않는 감정이었을 뿐이다. 아마 드라마 속 지안(이지은)도 그랬을 것이다. 극 중 지안의 지지체계는 매우 열약했다. 할머니 그리고 폭력을 일삼는 이광일, 조력자 춘대할배 그리고 지안의 조력자 송기범 정도이다. 누군가 나에게 잘 대해주고, 이해해주는 것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기에 처음에는 박동훈의 진심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필자라도 같은 상황에 그랬을 것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얼음같던 지안(이지은)의 마음이 열리고, 점점 변화를 이끌어낸 결정적인 요인은 "지안을 사람으로 대해주는 참 어른을 만난 것"이었다. 지금까지 4번 이상 잘해준 적 없다던 지안(이지은)의 말이 필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필자도 그랬다. 어린 시절 우리에게 쌀도 가져다주고과일도 가져다주고, 가끔은 용돈으로 돈을 쥐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모두 곧 떠나갔다. 필자는 그래서 그들을 믿지 않았다. 마음을 주지도 않았다. 지안(이지은)처럼, 차가운 방어기제로 그들을 대했다. 어차피 내 인생의 1도 들어올 생각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마지막 나한테 4번 이상 잘해준 사람 아저씨가 처음이었는데.. 라며 우는 지안의 모습을 통해 얼마나 진심으로 박동훈을 좋아하고, 존경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때를 돌아보면, 정말 필자에게 필요했던 것은 "돈? 음식? 아니다! 진짜 어른이었다" 나의 지지체계가 되어주고, 나를 지지해줄 사람! 필자에게 어른은 내가 살아갈 삶도, 살아갈 날도, 그리고 할머니도, 모든 것을 남겨두고 떠난 책임감 없는 어른들이었다. 극 중 지안(이지은)도 그랬다! 모두 지안(이지은)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했고, 필요가 없어지면 버렸다. 심지어 자신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서 수없이 사라져라! 떠나라! 했다. 그러나, 참 어른, 박동훈(이선균)만이 가지 말라고,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내가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안(이지은)이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나 같아도 죽여!!"라고 말하며 처음으로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이해받고 오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정말 나를 알아주는, 믿어주는 한 사람만 있다면,
그 한 사람 때문에 살아가고 변화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지안(이지은)이 진짜 필요했던 건, 돈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계속해서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자립정착금을 올려주고, 자립 수당을 올려주는 것만 반복해서 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정책도 또다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많은 기사들이 그리고 인터뷰가 돈만 준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다!  당장! 돈이 있다고 앞으로 인생의 막막함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돈이 부모와 같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해야 할 것을 알려줄 수 없다. 오히려 하지 말이야 할 것을 부추긴다. 그렇다고 돈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재정으로 돌려막기 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안(이지은)에게 필요했던 그 참 어른, 나를 지지해주고 이해해줄 어른! 그 어른이 자립준비 청년에게, 그리고 위탁가정 아동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역부양의 부담

또한 위에서 언급했던 역 부양의 의무를 지어야 하는 가정위탁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영케어러 관련 지원도 시급하다. 드라마가 진행되다 보면 지안과 광일이 계단 앞에서 마주치며 이런 대사를 한다.

"이 계집애 진짜 죽여줘?"라고 말하는 광일에게 "그래! 근데 넌 나 못 죽여!"라고 말하자 광일은 "진짜 죽여버린다. 너 죽으면 너희 할머니 끝까지 괴롭힐 건데? 내가"라고 하자, 지안은 "내가 죽을 거면, 당연히 할머니도 죽이고 죽어야지"라고 태연히 말한다.

 

이 대사를 통해 지안(이지은)이 할머니의 부양의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안(이지은)은 농인이고 이제는 혼자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아픈 노모를 끝까지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 그렇게 힘들게 했던 노모가 죽었을 때, 지안(이지은)은 "할머니 나의 할머니가 되어주어서 고맙다고, 우리 다시 만나자며.." 할머니를 안고 오열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는 드라마 속 이야기 만이 아니다. 가정위탁아동의 자립준비경험을 연구한 논문에 나오는 사례자들 또한, 모두 다른 어투였지만, 다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를 떠난 자신의 인생은 생각할 수 없다", "연로하신 할머니를 혼자 둘 수 없어 매일 한 시간 반씩 걸리는 시외버스로 통학을 했다". "군면제 대상자였음에도 알지 못해 자신이 할머니의 곁을 비웠다는 것의 자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이 되어 할머니와 함께 사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위탁을 맡고 있는 할머니가 평생 같이 살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차마 자립에 대한 말을 못 꺼내겠다", "사랑으로 돌봐주신 위탁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신 곁에 오래 살아 계시기만 바란다" 등의 이야기이다. 이를 통해 가정위탁 아동들의 영케어러로서의 부담감과 사명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또한, 가정위탁 아동들의 주거복지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대 가족이 살 집을 구하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살기 힘든 위치에 저렴한 전세방을 구하다 보니 집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또다시 조부모에게 병을 가져다주는 환경이 조성되고, 결국 병원신세를 지거나, 요양원에 가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며, 또 그 모든 비용은 가정위탁 자립준비청년이 져야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드라마 초반 요양원에서 돈을 내지 못한 지안(이지은)에게 독촉 전화를 하지만 받지 않고, 할머니에게 묻지만, 할머니도 모르는 척한다. 그리고 지안(이지은)이 할머니를 요양원에서 새벽에 몰래 뻬내어 집으로 모셔오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와 같은 상황이 비단 드라마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에 영케어러로서의 가정위탁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매우 매우 필요하며 시급하다!


가정위탁 자립준비청년들이 자립을 대하는 태도

1. 뭐든지 혼자 해결하려고 생각한다.

드라마 속 이지안(이지은)도 모든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하는 방법들을 실행에 옮기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 방법들은 지금 당장 상황을 모면하는 것들과 불법적인 방법이었고, 결국 마지막 모든 것이 탄로나고 만다. 가정위탁 아동이 대게 어릴 적부터 가지게 되는 생각이 있다. 바로 나는 위탁부모에게 짐이다! 그러니까 빨리 자라서 내가 어른이 돼서! 스스로 해결해야겠다! 라는 생각이다. 필자 또한 그랬다. 그렇기에 자연히 세상을 빠르게 알아갈 수밖에 없었다. 어떤 행동이 위탁부모가 싫어하는 행동인지 눈치 빠르게 파악했고,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들이 훗날 가정위탁 아동들의 자립에도 영향을 가져다준다. 완벽히 혼자서 홀로서야 한다는 것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 그리고 자립 또한 해내야 한다는 생각 등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는 가정위탁 아동이나, 자립 준비기에 있는 아동에 단어만 들어보아도 알 수 있다. 혼자 혹은 해내야 한다. 스스로, 위탁부모와의 분리 등일 것이다.


2. 이중적인 마음과 심리상태 불안정함

자립에 대해 이야기할 때, 두려움, 불안, 외로움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것, 그리고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한 생각들까지 그리고 대체로 주변에 아무도 없고, 기댈 사람도 없다고도 많이 이야기한다. 필자만 해도 20살이 되고, 자립을 해야 할 시기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오죽하면 심리적으로 진단을 받고도 말할 사람이 없어, 별안간 대학에서 만난 선배에게 말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가정위탁으로 있으면서 받은 마음의 상처들 때문에 심리상태 또한 매우 불안정하다.


3. 지지체계의 약함 & 결여

자신의 상황 속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해 자립하려는 태도가 있지만, 사실 이 마저도 마땅치 않다. 센터 선생님과 연락이 된다면 이는 아주 다행인 면에 속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자립에 대한 정보나 교육 없이 지원이 종결되는 시점에 와서야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다분하다. 그렇기에 스스로 모든 것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호소는 당연한 것이다. 이때, 조언해주거나, 충고해줄 누군가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때 정말 혼자라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논문에 의하면, 위탁 양육자, 유일한 지지체계들은 자립을 최대한 미루고 싶어 하며 같이 살고자 하는 경우가 많았고, 자립에 대한 거론도 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또한, 일반 위탁의 경우도, 평생 같이 살면 된다고 언급하며 자립을 염두에 두지 않는 양육자도 있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최근 필자가 어딜가나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지지체계에 대한 부분이다. 이 부분들은 사회적 관계망과도 연계되며, 이 부분이 단단히 된다면, 목숨을 포기하거나, 막막한 상황에 부딪혀 2차적, 3차적 피해를 입는 아동도, 청년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또한 자립을 함께 준비하는 경험에서 또래와 형제자매를 통해 모델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필자도 동생이 있는데, 동생은 나와는 달랐지만, 필자는 동생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였고 이는 꽤나 효과적이었음을 동생의 반응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필자가 동생에게 든든한 사회적 울타리가 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바이다. 가정위탁 시 형제 혹은 자매가 함께 위탁되거나 위탁 정의 형제, 자매와 함께 생활하면서 좋은 관계를 가지고 지속될 경우, 소속감을 가지거나 정체성 확립 측면에서 매우 크게 도움이 된다고 논문에서도 말을 맞추고 있다.


가정위탁아동의 지속 가능한 자립의 조건

1. 건강한 지지체계와 우호적 관계

드라마 속 지안(이지은)이 만난 박동훈 같은 아저씨가 가정위탁 아동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가족 안에서 많이 일어났던 서로에게 상처 줬던 말과 행동에 대한 건강한 회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건강한 회복에는 위탁 부모의 회복과 돌봄이 선행되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매우 필요하다. 그리고 가정위탁 아동이 가정위탁지원센터 담당자 선생님과도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횟수와 방법도 확대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아동들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사례 관리를 위해서는 전문 인력 확충을 통해 실무자 1인당 사례 관리 아이 숫자를 지금보다 더 낮출 필요도 보인다.


2. 자립할 때 가장 필요한 정보

위에서 말했던, 이런 거 알려준 어른도 없었냐, 라는 말! 정보의 부재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자립 정보에 들어가기 전, 자립에는 물리적 자립과 심리적 자립이 존재한다. 무엇이 더 중요하다 우선시할 수 없을 만큼 두 조건은 굉장히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을 자립의 현장에서 더 많이 느낀다. 먼저, 자립 시 물질적 자립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여러 가지 경제적 활동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이론적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경제교육이어야 한다. 지금 가정위탁 자립준비 청년들의 물질적 자립에 필요한 논의는! 이러한 정보들을 어떻게 가정위탁 아동들 & 자립준비청년 모두가 알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또한 논문에서 가정위탁 아동의 적절한 자립정보 제공의 시기는 만 17세, 고등학생부터 적합하며 방법적으로는 온라인상의 플랫폼이나 접근이 손쉬운 가정위탁만의 어플리케이션 등이 제공되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최근 기아대책에서 '마음 하나'라는 어플을 개발했지만, 이것은 모든 자립 유형의 아동이 사용할뿐더러, 가정위탁보다는 시설, 쉼터, 그룹홈 혹은 더 넓은 청년층에 중점을 두어 만들어진 어플이기에 가정위탁에 적절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많은 가정위탁 아동들이 위탁아동 & 자립준비청년 당사자 커뮤니티가 매우 필요하다고도 말하고 있다. 이는 담김 자립준비청년 기획 전시회 때 당사자로서 또 한 번 느꼈다.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는 등의 활동을 통해, 자립준비청년 선배들을 만나는 것 또한 아이들에게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자립을 위해서는 개인의 다양한 상황에 맞는 정보가 필요한데 위탁아동이 스스로 그 모든 정보에 접근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정보의 불평등이 접근의 기회조차 상실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에 충분하므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이 필수적으로 고안되어야 겠다.


3. 성장 후 사회환원

필자 또한 많은 도움을 받고 자라났고, 이후에 다시 비슷한 아동이나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살아가고 싶은 사회환원을 원했다. 그 안에는 지원 서비스를 받는 것이 수치가 아니라 권리이고, 그 권리로서 난 이렇게 잘 자랐고! 멋진 사람이 되었다!라고 말해주고 싶은 필자의 생각도 들어있었다. 필자와 같은 생각은 많은 가정위탁 자립준비청년들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청하(청년들의걱정없는하루) 자조모임 안에도 이미 2명 정도가 사회복지사로서 살아가고 있고, 잘 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보호아동들도 그랬다. "내가 받은 지원들을 보답하는 것을 목표로 봉사나 복지 관련 직업에 종사하고 싶어 하고 실제 관련 대학 전공을 선택하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다양한 자조모임이나 활동을 통해, 이러한 부분들이 충분히 환원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미안함과 부담을 덜어주는 한몫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를 보면서, 자립이라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늘 하는 자립 평가 수준 설문지에서 만점을 받는 게 건강한 자립일까? 아니면, 혼자 이제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잘 살아가는 것이 자립의 완성일까? 하는.. 그러나, 이내 마침내 머릿속에 정리된 자립은,

내가 나답게 살아가며,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며,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지닌 자원을 잘 알고, 활용해 살아가는 것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에서 공효진 대사 중에 참 마음에 드는 대사가 있다.

“너희 집에도 사람이 살다 보면,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해”

그렇다.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벌어진 일들 안에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하느냐에 차이는 후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가정위탁 보호아동 & 자립준비청년들의 삶에도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 벌어졌을 뿐이니, 그 일에 대해 더 이상 나 때문이라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자책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제든 손을 내민다면, 주변에 많은 자원들이 있음을 앞으로, 필자는 가정위탁 모든 아동들이 건강하게 자립해 나아가는 그날까지 외칠 것이다.


마지막,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라는 말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언젠간 나에게도, 지금도 힘들어하고 고민하고 있을 모든 가정위탁 아동과 자립준비청년들에게도 “편안함에 이르렀나?” 물을 때,


마지막 지안처럼 “네!” 라고 답할 수 있는 따뜻한 날이 오길 바란다.





참고문헌

김연정 정선영, 가정위탁아동의 자립준비 경험에 관한 질적 사례연구 : 위탁, 연장 위탁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국사회복지질적연구(2022), 93-120

박복순, 위탁가정 유형의 다양화 및 지원방안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논문집(2015).

김형모,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증진을 위한 법률 및 제도 개선방안,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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