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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엘PD Sep 14. 2022

욥의 고백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쓰러지고, 무너져도..'

욥과 같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은 아마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어쩌면, 그렇기에 더 구전처럼만 다가오는 욥의 이야기, 모든 것을 가졌던 자가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오는 그 비참함과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할 때, 거기서부터 오는 회의감, 무력감, 비참함.




다리조차도 내 맘대로 들지 못하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며 누워있으니 드는 생각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가?' 만일 주님이 이 자리 가운데 오셨다면, 무엇을 하셨을까? 등의 생각들 마음속으로 수 없이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다 잡았다. 마음을 먹고, 또 먹고,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오전 회진이 끝나고,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보면서 의아해하시며 돌아가시는 선생님들을 볼 때면, 참 나도 마음이 힘들었다.


"걷고 싶다"

"뛰고 싶다"


이 두 가지 생각에만 휩싸였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부여잡고, 애써 기도하며 잡이 들었다. 그렇게 일어났는데, 다리가 조금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다리에 힘이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함을 느꼈다.




어제저녁 깊은 묵상을 했다. 유튜브를 보다가, '교회 오빠'라는 영화의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거기에 마음을 울리는 한 대사가 있었다


"나는 손익계산서를 적는다, 한쪽에는 하나님이 주신 것, 한쪽에는 잃은 것들을.."


나는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하나님을 만나고 잃은 것, 얻은 것을 말이다. 그저 죄송했다. 그분은 나에게 모든 것을 주셨는데, 나는 그분께 이 다리, 이 팔 하나도 못 내어 드리겠다고 하는 마음이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죄송하게 느껴졌다. 마치 이 몸이 내 몸이었던 것처럼, 마치 나의 삶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살아온 나를 보게 되었다. 눈물이 쉴 새 없이 두 줄기로 흘러내렸다. 나는 침상을 다 적시며 회개했다.


"주님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더 나은 죄인이라고 생각했던 것.. 제가 그래도 쟤보다는 낫지 않냐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 회개합니다.."




출처, 골방캘리

욥 또한 결국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인정했다. 다짜고짜 욥을 찾아온 하나님은 태초에 대해서 말씀하시며, 그때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고 물으셨다. 그리고 욥은 결국 하나님이 주신 고난을 인정한다. 그러나, 욥기 어디에도 욥이 왜 고난을 당했더라 쓰여있는 구절이 없다. 고난은 어쩌면 하나님의 최고의 배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난이 없었다면 , 우리는 우리가 벗어난지도, 우리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도 모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난으로 말미암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나와 하나님, 그리고 그 안에 관계의 회복, 이것이 진짜 고난을 주신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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