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이 주는 치유

바리톤, 토마스 크바스토프

by 송하영

1.

독일에서 일정 시기(추정컨대 1950년대 생들) 에 태어난 사람들 중에 저런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 많댄다.

임산부들을 위한 보조 영양제(혹은 입덧 개선을 위한 영양제)를 복용한 산모들의 아이들이 거의 모두 저렇게 팔과 다리가 짧은 선천성 기형을 갖고 태어났다고 한다.

2.

비엔나에 살 때다.

베토벤 9번 교향곡 연주를 관람 하는데 솔로를 연주하는 바리톤의 목소리가 그냥 천상의 목소리 같았다.

대체 누가 부르는 걸까.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굴까.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

무대 위 수십명의 성악가들 중, 목소리만 들리고 영 보이질 않아 애를 쓰며 찾느라 계속 두리번 거리던 나는 순간 소리를 지를 뻔 했었다.

내가 발견했던, 그 천상의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저 토마스 크바스토프였다. 나는 그 때의 그 경험을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다. 아니 평생을 잊지 못 할 것이다.

이후로 바리톤 노래는 거의 모두 저 사람의 음원으로 찾아 들었다.

그는 나의 멋진 영웅이었어^^

거의 25년도...훨씬 더 전의 기억이다.

3.

이제 그는 클래식 음악계를 떠나 재즈 음악을 연주한다고 한다. 형의 죽음 이후로 매우 큰 정신적인 아픔을 겪었고 그 사건이 진로를 바꾸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나는 재즈는 잘 몰라서 아는 것이 많이 없고, 또 그래서 평소 즐겨 듣지도 않지만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아부지가 매우 사랑하셨던 <냇 킹 콜>의 목소리는 나 역시 너무 너무 그리고 또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재즈 음원을 몇 개 찾아 들어보았는데, 어릴 때부터 즐겨 듣던, 냇 킹 콜의 목소리처럼 내 마음을 완전 사로잡진 못 했으나...그 아름다운 목소리는 여전하더라.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나의 영웅, 그 영웅도 이제 나이가 정말 많이 들었구나. 나이가 든다는 건 그렇게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비워주고 내려와 다시 자신이 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 떠나는 일이란 것.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아프고 또 슬프다.

4.

뮤지컬 <캣츠>의 메모리란 노래를 너무 사랑해. 그리자벨라의 절규는 듣고, 듣고 다시 또 들어도 항상 넘 마음이 아프니까^^

넘치도록 사랑을 받았던 아름다운 고양이, 그리자벨라의 유일한 소망은 계속 사랑받는 것일 뿐이었는데...나이가 들었을 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 그녀의 곁엔 결국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5.

인디언 썸머.

가을의 끝자락, 혹독한 겨울이 오기 직전 따스한 기온이 선물처럼 갑자기 찾아오는, 가을과 겨울 사이의 느닷없이 아름다운 기적 같은 계절.

우리의 인생에도

인디언 썸머가 있다면^^

다 끝났다고....이제 남은 건 그저 황량하리만큼 춥고 긴 겨울이 제발 무탈하게 지나가길 바라며, 무력하게 견디고 버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뿐이라고 체념하는 바로 그 때, 느닷없이 따뜻한, 느닷없이 아름다운 기적 같은 시간이

다시 화양연화처럼

그렇게 찾아와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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