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기생충 이후 6년 만인가. 기대하는 작품은 항상 그랬듯이 개봉 첫날 심야로 보았다. 미키17을 소설 미키7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짧게 세계관을 설명하자면 근미래의 인류가 익스펜더블이란 인간이 죽더라도 기억을 남기고 복제하는 기술을 개발하게 되고, 이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 하에 공익적인 목적으로만 활용될 수 있도록 법안을 만든다.
이는 인터스텔라처럼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는데 필요하게 되는데, 계속해서 죽는 고통을 느껴야 하는 익스펜더블인 만큼(한 마디로 실험용 쥐다.) 지원자가 없어 원래는 사형수 같은 범죄자를 쓰려 했지만, 사채업자에 쫓기던 미키가 지구를 벗어나고자 이에 얼떨결에 지원하게 된다. 원작에서는 미키가 6번 죽어 미키7 이지만 영화는 16번이라 미키17이다. 봉감독 인터뷰를 보면 17-18이라는 숫자가 미성년과 성인의 경계에 있는 숫자라 선택했다고 하는데 그 외에 큰 의미는 없어 보였다. 그저 원작과 차별점을 두고 싶었던 걸지도.
아무튼 이 영화는 옥자와 설국열차의 연장선 같은 영화다. 옥자에선 생명의 존엄을, 설국열차에선 계급사회에서의 인간군상과 혁명을 비췄다. 그리고 미키17을 이 모두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라던가 영화음악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봉준호가 아닌 다른 감독이 이 작품을 찍었더라면 유쾌하게 호평했겠지만, 예술가와 같은 작업자는 항상 과거의 자신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무려 황금종려상의 봉준호 아니던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우리가 프리미어 리그를 보면서 K리그 수준의 경기 내용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봉감독하면 박찬욱 감독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박찬욱은 본인이 잘하는 것을 더 잘 하려고 하는 느낌이라고 한다면 봉준호는 늘 새로운 도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헤어질 결심으로 박찬욱 감독은 증명을 했다. 개인적으로 올드보이나 복수는 나의것보다 좋았다. 하지만 미키17는 봉준호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볼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애매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미키와 나샤의 러브라인은 봉감독 영화에서 처음으로 다뤄진 로맨스라고 하는데, 차라리 없었으면 더 나았을지 싶다. 나샤라는 엘리트 요원이 익스펜더블과 이유없이 사랑에 빠지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갑자기 마약을 한다던가 하는 설정은 아무래도 미키18의 등장을 그녀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한 설정이라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 나샤가 중요한 인물인 건 맞지만, 활용을 잘못했다는 느낌이다.
미키17은 다양한 화두를 관객에게 끊임없이 던진다. 미키17과 미키18 중 누가 진짜 미키라 볼 수 있는가? 죽는 게 직업인 익스펜더블이라면 마땅히 죽어도, 죽여도 괜찮은 것인가? 그 외에도 계급사회와 노동자의 삶, 원주민과 침략자의 관계에서 보이는 식민주의적 사고, 윤회와 같은 철학 사상 등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자 하다 보니 막상 스크린이 내려가고 기억에 남는 건 배우들의 연기뿐이다. 개인적인 감상평으로는 미키17은 봉준호의 욕심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메뉴가 많은 식당은 맛집이 아닐 확률이 높은 것처럼.
- 미키17 리뷰 마침